[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12·3 계엄사태의 후폭풍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힘을 얻고 있다.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한 '87년 체제' 이후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 8명 중 3명이 탄핵 소추되는 비극이 되풀이하고 있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들은 개헌 시기나 구체적 방식에 다소 이견을 보이지만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다.
개헌 논의에 더 적극적인 쪽은 여권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이번까지 세 번의 탄핵 정국이 있었는데 우리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대통령 중심제가 과연 우리 현실하고 맞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 대표에 개헌 논의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여권 유력 대권주자들도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계엄사태 초반에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는 중임제 개헌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승자독식 의회폭거와 제왕적 대통령제를 허용하는 이른바 87헌법 체제의 한계를 인정하고 위기를 기회 삼아 정치권 전체가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대통령이 되고 나면 인사권을 포함해 무소불위의 제왕적 권력을 갖는다"며 "견제받지 않으면 폭정으로 가는데 이를 막을 장치를 헌법 안에 도입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개헌론과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야 정치 원로들은 조기 대선에 앞서 개헌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민국 헌정회는 지난달 31일 전직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정당 대표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개헌 등 정치 현안을 논의했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제왕적 대통령제 개헌 필요성 절박성은 거의 공감했다"며 "대체로 대선 전에 개헌을 해야 한다는 것도 공감대가 가진 것 같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여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나 조기 대선 이전 개헌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일단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도 개헌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 대표 측은 지난 대선에서 제안한 4년 중임제 개헌은 여전히 유효하며 차기 대선 이후 추진하면 된다는 분위기다. 비명계 주자인 김동연 경기지사·김부겸 전 총리·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도 대통령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나 시기는 조기 대선 이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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