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40원 눈앞…비상계엄 전보다 36원↑
보조금 미확정에 자재비·설비비·인건비 상승까지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40원 선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사비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도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 계엄 후 원·달러 환율 36원 폭등
1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17일 주간 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3.9원 오른 1438.9원을 기록했다. 이는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0월 24일(1439.7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자 비상계엄 선포 전인 3일(주간 거래 종가 1402.9원)보다. 36원이나 오른 수치다. 17일 야간 거래 초반에는 1439.8원까지 상승하면서 1440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이에 따라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사비 증가에 대한 부담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 미 텍사스에 170억달러 규모의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건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또 2030년까지 누적으로 약 450억달러를 투자해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반도체 생산 공장에 추가로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패키징 시설과 첨단 R&D 시설을 신축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미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약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
◆ 건설 자재비, 설비 구매비, 인건비 상승 등 부담 가중
해외에서 공장을 건설할 때는 건설 자재비, 설비 구매비, 노동 비용 등을 달러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아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또 반도체 공장을 짓는데 필요한 핵심 장비는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은 자재 및 설비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EUV 노광장비를 약 1억5000만 달러(2160억 원)로 가정했을 때, 환율이 1200원에서 1440원으로 오르면 장비를 360억 원 더 비싸게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수 백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이 넘는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올해 초 로이터통신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삼성전자의 미국 공장 투자비용이 당초 계획보다 80억달러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약 10조원 이상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현지 인건비 자체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환율 상승이 아니더라도 비용 증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보조금 지급 금액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인텔은 85억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지만 이보다 적은 78억6600만달러로 지급을 확정 받았다. 게다가 보조금 지급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내달로 다가오면서 양사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변동하지 않더라도 미국 내 건설 자재비와 인건비 자체가 인상되고 있고 있기 때문에 비용 증가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고환율·고인플레이션 등에 대응하는 투자 전략 다각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