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무상교육 2조원에 늘봄학교까지 3조 필요
지방교육교부금 줄여 2.4조 책정…6000억 부족
기재부 "원래 교부금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
전문가 "정부 지원 연장 후 점차 줄여가야"
[세종=뉴스핌] 백승은 기자 = 내년도 고교 무상교육 정부 부담금이 '0원'으로 책정됐다. 무상교육은 초등교육법에 따라 계속 지원될 예정이지만 기존 정부와 시·도 교육청, 지방자치단체가 나눠 마련하던 재원을 고스란히 시·도 교육청이 떠안게 됐다.
시·도 교육청 재정 타격을 낮추기 위해 정부 지원을 3년 연장하고 점차 줄여가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에서 '2025년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처리된 내년 예산안은 정부 예산안보다 4조1000억원이 감액된 673조3000억원이다.
이날 국회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하 교부금법) 개정을 전제로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예비비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예산총칙 사용 목적을 정했다.
◆ 교부금 특례 규정, 올해 말 일몰…내년부터 시·도 교육청이 100% 부담
고교 무상교육은 지난 2019년 2학기 고3을 시작으로 2020년에는 2학년, 2021년에는 전 학년으로 확대됐다.
관련 사업은 시·도 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부금)으로 충당하는 게 원칙이지만 도입 당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중앙정부와 시·도 교육청, 지자체가 나눠서 재원을 마련하는 특례 규정을 뒀다. 중앙정부가 고교 무상교육 재원의 47.5%를, 시·도 교육청이 47.5%를 부담하고 나머지 5%는 지방자치단체가 나눠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특례 규정 기간은 2020~2024년까지 5년간으로 올해 12월 31일 일몰된다. 고교 무상교육은 초등교육법에 따라 중단되지 않지만 특례 규정 일몰에 따라 내년에는 시·도 교육청의 교부금으로 100% 충당된다.
당장 내년부터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고교 무상교육 예산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올해의 경우 고교 무상교육 총예산(1조9872억원) 중 정부와 교육청이 각각 9439억원을 내고 지자체가 994억원을 부담했다. 내년부터는 시·도 교육청이 약 1조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고교 무상교육은 원래 교부금으로 충당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학령인구 감소로 내년 교부금이 규모가 늘어나 중앙정부 도움 없이도 충분히 추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교 무상교육은 사업 성격상 원래 교부금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이라며 "제도 도입 초기 지방교육재정의 충격 완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국비를 지원했던 것이고, 국비 부담 일몰은 당초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내년 교부금, 충당 대비 지출이 더 많아…"정부 지원 연장 후 점진적으로 줄여야"
문제는 시·도 교육청에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다는 점이다. 교부금에 들어오는 돈은 약 2조4000억원이지만, 지출은 3조원 늘어난다.
교부금은 올해보다 3조4000억원 늘어난 72조3000억원이 될 전망이지만, 정부의 고교 무상교육 예산 중단으로 증액교부금 및 지방자치단체 전입금이 1조원 줄어 2조4000억원 증가에 그친다.
여기에 지출은 3조원이 늘어난다. 인건비 등 기존 지출 증가분(2조1000억원)에 더해 유보통합·늘봄학교·디지털교육혁신 등 새 정책에 소요되는 예산이 약 9000억원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를 위해 인건비도 더 투입된다.
2년 연속 세수 펑크로 정부로부터 받지 못한 교부금도 약 15조원 수준이다. 지난해 교부금은 10조4000억원, 올해는 4조3000억원 덜 들어왔다.
야당은 고교 무상교육 정부 지원 특례를 3년 연장하는 교부금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국회 문턱에서 멈춰섰다. 지난 10일 우원식 국회의장은 교부금법 개정안을 본회의 상정 전 보류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교부금이 최근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10년 치를 보면 증감이 들쑥날쑥하고 인건비 증가에 비해 증가 폭이 작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교육은 인건비 비중이 큰데, 인건비가 연간 약 2조5000억원 정도 늘어 교부금이 정상적으로 증가하려면 1년에 5조원 정도 증가해야 한다"며 "그래야 정상적으로 교육 운영이 되는데, 현재는 안정화기금에서 돈을 빼 쓰고 있는 상황이라 시·도 교육청의 사정이 여의찮은 부분이 있다. 일각에서 '교육청 돈이 남아돈다'고 말하지만 이는 현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내년 1조원에 가까운 돈을 교부금에서 충당하기보다는, 3년간 정부 지원을 연장하며 점진적으로 교부금 충당 비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령인구 감소로 시·도 교육청의 재정 부담이 점차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갑작스럽게 내년부터 약 1조원을 부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내년에는 6000억원, 후년에 4000억원 수준으로 점차 정부 지원을 줄여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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