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제품 비중, 50%로 확대...브랜드 스펙트럼 강화
홍대점의 성공 DNA...리뉴얼 이후 매출 90% 뛰어올라
전국 점포 리뉴얼 추진 중...CJ올리브영과 정면 승부 불가피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신세계 헬스앤뷰티(H&B) 브랜드 시코르가 'K-뷰티'를 앞세워 국내 뷰티 시장에 재도전장을 냈다. 인기 있는 K-뷰티 제품 비중을 절반으로 늘려 브랜드 스펙트럼을 더욱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일단 지난 10월 재단장해 선보인 시코르 홍대점은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며 매출 성장 추세에 있다. 이러한 실적 상승에 힘입어 내년까지 전국 매장 리뉴얼을 순차적으로 실시해 홍대점의 '성공 DNA' 이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오프라인 뷰티 시장에서 1위인 CJ올리브영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0월 리뉴얼해 오픈한 시코르 홍대점 매장 전경. [사진=신세계] |
4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시코르의 인기 K-뷰티 제품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CJ올리브영에 밀려 사업을 축소했으나, 하반기 들어 점포 리뉴얼을 진행하며 사업 확장으로 선회한 모습이다.
시코르는 신세계가 '한국의 세포라'를 지향하며 직접 구상한 사업으로, 오프라인 뷰티 편집숍이다. 국내에 볼 수 없었던 해외 유명 브랜드를 들여와 기존 H&B 업체와 차별화했다.
지난 2017년 대구점을 시작으로 2년 만에 30호점을 돌파하며 무서운 속도로 외형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와 실적 부진으로 폐점이 속출했다. 올해도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스퀘어원 인천점, 홍대점 등 3곳이 영업을 종료했다. 현재 20개 점포만 남아 있는 상태다.
현재 지난 달 13일 시코르는 영업 중인 이들 매장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에 내년 1분기(1~3월) 중 리뉴얼 작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전달한 상황이다.
지난 10월 리뉴얼 오픈한 시코르 홍대점에는 탬버런즈, 논픽션, 멜릭서 등 K-뷰티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했다. [사진=신세계] |
점포 리뉴얼 전략에는 K-뷰티 브랜드 대거 입점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예를 들면 지난 10월 재단장해 오픈한 AK홍대점은 K-뷰티 비중을 기존 40%대에서 55%로 확대했다. '탬버린즈'와 '논픽션', '멜릭서' 등이 이번에 입점한 대표적인 브랜드다.
부산 센텀시티점 역시 입점 브랜드를 대폭 물갈이했다. 전체의 30%에 달하는 53개 브랜드를 신규 도입했다. 공간 효율화를 통해 브랜드 수를 145개에서 178개로 33개(22.8%) 늘렸다. 개점 7년 만에 이뤄진 전면 매장 리뉴얼이다.
K-뷰티 강화뿐만 아니라 독점 브랜드 유치와 팝업 플레이스 두 가지도 리뉴얼 핵심 전략이다. 시코르가 독점 뷰티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은 상품 차별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단독 유통권을 갖고 있는 미국 프래그런스 브랜드 '배스 앤 바디 웍스'도 숍인숍 형태로 홍대점에 입점시켜 브랜드 차별화를 꾀했다.
리뉴얼 오픈 이후 홍대점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실제 AK홍대점은 지난 10월 리뉴얼 오픈 이후 한 달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90%)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객 접점도 넓히기 위해 신규 브랜드 체험 팝업 공간인 '뉴 인 시코르(New in Chicor)'를 신설했다. 온라인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짜왔던 시코르는 오프라인 체험공간을 만들어 신규 브랜드를 고객에 소개할 방침이다.
뉴 인 시코르에서는 현재 '티르티르', '오아르', '스킨1004', '믹순' 등 6개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약 1~2개월 비교적 짧은 주기로 브랜드와 상품을 교체하며 고객들이 신상품이나 오프라인에서 경험할 기회가 부족했던 브랜드를 빠르게 만나볼 수 있게 운영할 예정이다.
앞서 신세계는 시코르 사업 재정비를 위해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신세계는 재무관리본부 산하에 있던 뉴비즈 담당을 시코르 담당으로 개편해 독립시켰다. 신세계 대표 직속 조직으로 시코르 총괄을 신설했다. 이는 뷰티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신세계는 이 같은 시코르 AK홍대점의 '성공방정식'을 전국 매장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우선 내년 상반기까지 서울 핵심 상권에 있는 강남역점과 센텀시티점 등을 우선적으로 매장 리뉴얼을 실시한 뒤 점차 전점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점포 리뉴얼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하반기 들어 매장 3곳을 리뉴얼 작업을 마치고 손님 맞이에 나섰다. 지난 10월엔 각각 AK홍대점,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2곳을, 11월 말에는 센텀시티점을 잇따라 재단장해 오픈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사진=신세계] |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입점해 있는 시코르 매장도 지난 달 21일 영업을 종료하고 내년 상반기 중 매장 공간을 이전해 재오픈한다. 강남역점 역시 올해 말 임대차계약 만료에 따라 내년 초 새로운 플래그십으로 이전, 매장을 새롭게 열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내년까지 전국 시코르 매장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뷰티 제품으로 매장 상품의 절반 이상을 채우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홍대점과 센텀시티점이 대표적이다. K-뷰티로 브랜드 스펙트럼을 더욱 확대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K-뷰티의 글로벌 위상이 강해지면서 사업 축소보다는 방향을 트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사업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H&B스토어 시장에서 상품 구색을 강화하고 제품 가격대를 다양화함으로써 타깃 고객층을 기존보다 젊은 1020세대까지 확장해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내년 전열 정비가 끝나게 되면 국내 오프라인 H&B 업계 1위인 CJ올리브영과 정면 승부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시코르가 CJ올리브영에 밀려 뷰티 사업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정유경 총괄사장이 회장이 된 후 조직 개편을 하면서 뷰티 사업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K-뷰티 제품 비중을 50%까지 올린다는 것은 올리브영에 도전장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nr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