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해양민속학자의 연구 재료들은 바다 한가운데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김창일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물고기와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여러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물 만난 해양민속학자의 물고기 인문학'(휴먼앤북스)은 학술서라기보다는 체험서에 가깝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물 만난 해양민속학자의 물고기 인문학'. [사진 = 휴먼앤북스 제공] 2024.12.03 oks34@newspim.com |
저자 김창일은 어선을 타며 그물·통발·주낙을 투망하고, 미끼를 매달고, 잡은 물고기를 분류해 어창에 넣는가 하면, 경매가를 높게 받으면 위판장에서 환호하는 등 선원과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 그는 늘 어로 현장에 있었고, 때로는 어부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물고기·사람·바다를 몸으로 알게 됐다.
그런 경험으로 쓴 이 책은 물고기 인문학이자, 어촌 인문학이며, 바다 인문학이라 할 수 있다. 총 3부로 구성했다. 1부 '물고기'에서는 어촌에서 자주 접하던 물고기를 중심으로 꾸몄다. 조기, 멸치, 고등어처럼 우리 밥상에서 영향력이 높은 어종은 물론이고, 버리던 물고기에서 귀한 몸이 된 물고기까지 두루 포함했다.
대량으로 어획되던 어종이 사라진 현상, 혼란스러운 물고기 이름이 불러일으키는 문제, 역사에 기록된 물고기에 관한 내용, 섬과 어촌 현장을 다니며 접한 물고기 관련 에피소드와 문화적 해석이 담겨 있다.
2부 '사람'은 어민들 이야기를 중심으로 꾸몄다. 물고기잡이 신(神)에 관한 이야기, 육지 해녀의 다양한 모습, 오랫동안 바닷가를 누빈 경험을 토대로 어촌에 살고 싶은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현장에서 만난 인상적인 사람들, 표류해서 죽을 고비를 넘기며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건, 현장에서 경험했던 재미있는 일화와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을 기록했다.
3부 '바다'에서는 동·서·남해와 제주도까지 오랜 시간을 경험하고 느낀 바다를 기록했다. 무서운 바다의 모습은 물론이고, 한국 바다의 특성, 오염된 바다의 실상과 대책, 섬의 숨결, 제주 바다에서 본 것들, 한국의 배, 사라진 포구를 이야기했다.
저자 김창일은 축구공을 뻥 차면 바다로 빠지는 경남 남해군의 섬마을에서 태어나 동해·서해·남해와 제주 각 바다를 현지 조사한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해양 전문 민속학자다. 그런 그가 이 책에서 물을 만나 신나게 그의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값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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