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스컵 파이널 8강전 끝으로 은퇴…"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길"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흙신' 라파엘 나달(38·스페인)이 24년간 뛰었던 코트를 떠났다. 클레이 코트의 황제는 "나는 꿈을 좇는 아이였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 꿈꾼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룬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작별 인사를 남겼다.
나달은 20일(한국시간)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2024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네덜란드와 준준결승에서 보틱 판더잔출프(80위)에게 0-2(4-6 4-6)로 졌다. 국가대항전인 이번 대회에서 스페인은 이날 나달의 패배 후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두 번째 단식에서 승리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으나, 복식에서 또다시 패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나달의 프로 여정도 마침표를 찍었다.
[말라가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나달이 20일 2024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네덜란드와 준준결승을 마치고 환호하는 관중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2024.11.20 psoq1337@newspim.com |
[말라가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나달이 20일 2024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네덜란드와 준준결승을 마치고 감회어린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2024.11.20 psoq1337@newspim.com |
나달은 이날 코트에 입장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국가가 울려 퍼지자 입술을 꽉 깨물고 애써 눈물을 참았다. 경기가 끝나자 로저 페더러(스위스),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등 그와 경쟁한 테니스인들과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축구) 등 스포츠인들의 헌사가 담긴 영상이 상영됐다. 전광판에는 "고마워요, 라파"라는 문구가 띄워졌다. 은퇴 경기를 보기 위해 몰려든 1만1300여 명 관중의 환호에 나달은 눈물을 쏟았다.
나달은 "테니스 덕에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난 테니스에 지치지 않았지만, 몸이 더는 테니스를 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다"면서 "오래 취미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나달은 페더러, 조코비치와 함께 '빅3'로 세계 테니스를 풍미했다. 1986년생인 그는 2005년 프랑스오픈에서 처음 메이저 대회 단식 정상에 올랐고, 이후 2022년 프랑스오픈까지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총 22차례 우승했다. 조코비치의 24회에 이어 메이저 남자 단식 최다 우승 2위다.
[말라가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나달이 20일 2024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네덜란드와 준준결승을 마치고 은퇴 소감을 전하고 있다. 2024.11.20 psoq1337@newspim.com |
프랑스오픈에서만 14번 우승해 '클레이코트의 황제'로 불렸고 올림픽에서는 2008년 베이징 대회 단식 금메달,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남자 복식 금메달을 획득했다. 나달은 "내 우승 타이틀과 기록을 사람들은 더 알아주겠지만, 난 마요르카의 작은 마을에서 온 좋은 사람으로 더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2022년 은퇴한 로저 페더러(스위스)에 이어 올해 나달과 앤디 머리(영국)가 코트를 떠났다. 남자 테니스 '빅4' 중에선 조코비치만이 현역으로 남았다. 페더러는 이날 SNS를 통해 "당신이 나를 이긴 적이 더 많았다. 특히 클레이 코트에선 너무 강한 상대여서 당신을 이기기 위해 더 노력해야 했다. 당신이 있어서 나도 테니스를 더 즐길 수 있었다"고 전했다. 조코비치는 "나달의 힘과 끈기는 연구할 가치가 있다. 그와 라이벌이라고 불린 것은 영광"이라고 경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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