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북한이 러시아에 170㎜ 자주포 50문과 240㎜ 방사포 20문을 제공했고, 이 중 일부가 쿠르스크로 이동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을 인용해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북한이 제공한 것으로 보도된 170㎜ 자주포는 1989년에 생산된 M1989 자주포로, 1970년대 말 생산돼 이란-이라크 전쟁 때 북한이 이란에 지원한 M1979 자주포를 개량한 모델이다. 최대 사거리는 60㎞다.
240㎜ 방사포는 1970년대 옛 소련이 설계한 BM-27 '우라간' 다연장로켓을 자체 개량한 것으로, 지난 5월 성공적으로 시험을 마쳤다.
북한이 지원한 방사포는 표준형 로켓과 유도형 로켓 모두를 발사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평가한다.
우크라이나 전문 군사·분쟁 뉴스 'Status-6'이 지난 14일 엑스(X) 계정에 공유한 사진. [사진=X] |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이번 주 소셜미디어에 북한 자주포 사진이 확산하자 해당 정보를 공개했다.
사진 속에는 위장망에 덮인 자주포가 철길을 따라 러시아 서쪽 어딘가로 운송되는 모습이 담겼는데, 전문가들은 촬영된 장소가 러시아 중남부 크라스노야르스크로 특정했다.
북한이 제공한 무기 중 일부는 러시아가 영토 탈환 작전을 펼치고 있는 서남부 쿠르스크 전선에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접경지인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 진격해 일부 지역을 장악한 곳이다. 우크라이나군은 한때 1100㎢ 면적을 장악했으나, 러시아군의 반격에 현재 600㎢를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지역은 북한이 최근 약 1만 여명의 병력을 전투에 투입한 것을 포함해 약 5만 명의 북한군이 집결한 곳이다. 한 고위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북한이 이들 무기를 "실전에서 시험해 보고 싶어 한다"라고 알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해부터 러시아에 대량의 탄약을 제공하고 병력을 지원한 데 이어 자주포와 방사포를 제공한 것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가담자가 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마이클 코프먼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 연구원은 "북한은 이 전쟁에 직접 가담하여 러시아군이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식으로 개입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지난 16일 수도 키이우에서 아와야 타케시 일본 외무상과 만난 뒤 연설을 통해 "북한이 이제 러시아와 공범이 됐고 푸틴의 불법 전쟁을 돕고 있다"라며 "러시아는 북한의 현대전을 훈련하고 있는데 이는 더 광범위한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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