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0억 중 759억은 부실시공 업체에 돌아가
벌점제도 운영에도…행정소송으로 시간 벌어
조달청 "입찰 심사 때 벌점 반영 못 해"
정일영 "업체 꼼수 앞에서 정책 무용지물"
[세종=뉴스핌] 백승은 기자 = 올해 조달청이 진행한 LH 아파트 설계 및 감리 용역 결과 23건 중 15건은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의 원인을 제공한 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조달청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달청은 올해 4월~9월 말까지 입찰을 통해 LH 아파트 설계 15건, 감리 8건 등 총 23건의 입찰을 진행했다.
이때 LH는 입찰 비리 차단을 위해 조달청으로 공공주택 업체평가, 낙찰자 선정 등의 업무를 이관했다.
문제는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 원인을 제공한 업체가 대거 공사 수주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설계 15건 중 10건(427억원), 감리 8건 중 5건(332억원)은 이들 업체에 돌아갔다.
총 1120억원 규모에 달하는 LH 아파트 업체 선정 계약에서 약 759억원(68%)이 과거 철근 누락으로 일명 '순살 아파트' 사태를 발생시켰거나 지하 주차장 붕괴를 일으킨 업체에 돌아간 셈이다.
조달청은 공공주택 입찰·심사제도 개선을 통해 주요구조부 시공 불량, 토사 붕괴 등 부실시공 내용에 따라 감점하는 등 주요 벌점 적용 방안을 마련하고 있음에도 업체들은 제도상 허점을 이용해 일감을 따냈다.
예를 들면, 고양 창릉 A-3 블록 설계 용역을 수주한 A사(24년 6월)와 화성 동탄2신도시 c-14 블록 감리 용역을 수주한 B사(24년 9월)는 LH로부터 철근 누락으로 인한 벌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두 업체 모두 법원에 벌점 부과 효력을 정지해달라 요청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후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 결국 조달청 입찰 공고를 통해 수주를 받게 된 것이다.
조달청은 "법원에 소송 낸 업체에 대해서는 입찰 심사할 때 벌점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정일영 의원은 "행정소송으로 벌점 효력을 정지하고 계속 입찰에 뛰어들어 수주를 따내는 것은 건설 업계의 반드시 개혁되어야 할 나쁜 오랜 관행"이라며 "작년 '순살 아파트' 논란으로 정부가 철근 누락 등 심각한 안전 문제를 유발한 업체에 대해 일정 기간 LH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게 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발표했지만, 사실상 업체들의 꼼수 앞에 무용지물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 의원은 "재작년과 작년에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으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를 낸 업체가 공공주택 사업 입찰에서 공사권을 다시 얻어낼 수 있도록 방치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라며 "조달청과 LH는 내부 규정을 강하게 바꾸거나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데도 손 놓고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책하며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10 mironj19@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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