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 대통령, 허리케인 '밀턴' 상륙으로 해외 순방 일정 취소
내달 미 대선 등 고려할 때 다시 열릴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방 20여개국 정상들이 참가한 가운데 오는 12일(현지시간)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정상회의가 무산됐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이 9일 보도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100년 만의 최악의 폭풍'이라는 괴물 허리케인 '밀턴'의 미 본토 상륙으로 독일 방문을 갑자기 취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회의가 언제 다시 열릴 수 있을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지를 확인하기 위해 열릴 예정이었던 정상회의가 취소되면서 키이우(우크라이나)가 좌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일환의 우크라이나 지원 협약 행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우) 옆에서 인사말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번 정상회의에는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 서방 주요국 정상들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전쟁 승리 계획을 자세히 설명하고 서방의 전폭적 지지를 얻을 계획이었다. 또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할 작정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정상회의는 수십 개 국가의 국가 원수와 정부 수반이 처음으로 참석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특별히 (우크라이나에게) 중요하게 여겨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남동부 플로리다주를 향해 돌진하는 허리케인 '밀턴'이 이 모든 계획을 수장시켰다.
미 백악관은 지난 8일 저녁 허리케인의 북상과 미 본토 상륙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의 독일 방문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이튿날 정상회의가 정식으로 취소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번 정상회의 취소가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미국에게도 타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얼마 남지 않은 임기의 막판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이 정말 중요하고 자신이 그런 글로벌 움직임의 리더였음을 보여줄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윌리엄 테일러 주니어 전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는 "UDCG 정상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국 정상들에게 서방 세력의 연합전선의 중요성을 주장할 기회였다"면서 "(취소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미국에게도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 회의가 다시 열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다음달 5일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등 굵직한 정치 일정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또 다른 정상회의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11월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 이전에 열릴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상회의 취소에 따라 프랑스 등을 방문해 별도의 개별 정상회담을 가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