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 국감 증인 채택, 정무위도 추가 논의
KB은행 노조위원장 출신 박홍배 의원, 압박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취임 1년이 지나기도 전에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내부통제나 가계대출 등 금융현안이 아닌 외주(하청) 형태로 운영중인 콜센터 비정규직 직원들의 처우개선 논란 등 노동현안에 따른 국회 소환이라는 점에서 금융권 반응이 남다르다.
특히 최근 콜센터 직원들에 대한 일부 고객들의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KB금융이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이 양 회장의 증인 채택 사유로 알려졌다. 콜센터 직원들의 지속적인 소통 요구를 외면한 결과라는 지적과 함께 양 회장이 국감에서 과연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 따르면 양 회장은 오는 15일 고용노동부 및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소속기관 증인으로 채택돼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출석 사유 중 핵심은 '콜센터 감정노동자 보호조치 미흡 및 부당해고' 논란이다.◆ 환노위 증인 채택 확정, 정무위 추가 가능성도
양 회장을 국감에 소환한 건 환노위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과 금융노조 위원장 등을 역임한 후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박 의원은 22대 국회에서 대표적인 '노동전문가'로 꼽힌다. 박 의원은 그동안 콜센터 직원들과 접촉해 KB측과 여러차례 해결방안을 모색했지만, 결국 양 회장 증인 채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하청업체와의 외주계약(풀 아웃소싱) 상 처우개선 등 구체적인 경영방식에 관여할 수 없다"는 KB 입장에 박 의원실이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도 전해졌다. KB의 충분하지 못한 해명이 결국 해당 사업의 계약권을 총괄하는 그룹 수장 소환으로 이어졌다는 평이다.
이날 국감에서 국민은행 콜센터 직원들이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할지도 관심사다. 현재 확정된 명단에는 없지만 추후 여야 합의를 통해 추가될 가능성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재 노조를 구성해 처우개선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직원들 역시 국감 참석을 강하게 원하는 상태다. 콜센터 직원이 직접 국감에 나온다면 국민은행 콜센터 사태를 둘러싸고 사상 처음으로 비정규직(하청) 직원과 KB금융그룹 회장간의 '대면질의'가 현실화되는 만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정무위원회 소환 여부도 아직 진행형이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의 증인 채택이 무산되자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양 회장의 대체 채택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 의원의 경우 KB의 인도네시아 투자 손실(KB부코핀은행)을 증인 사유로 언급했지만 고객들의 민감한 금융개인정보를 다루는 콜센터 업무를 하청 형태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 차원의 문제제기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국회로 번진 콜센터 논란
그간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펼쳐온 콜센터 노조는 양 회장의 환노위 국감 증인 채택에 맞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오는 7일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콜센터 상담사 직접고용을 요구할 방침이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사진은 지난 7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 모습. 2024.07.30 choipix16@newspim.com |
특히 노조는 이번 국감에 맞춰 양 회장 및 실무진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요구하는 공문도 별도로 발송했다. 처우개선과 함께 최근 발생한 성희롱 고객 사건 등 각종 논란에 대해 당사자인 KB금융이 직접 나서 대안을 논의하자는 취지다.
국민은행은 금융권 최대인 약 1000여명에 달하는 콜센터 직원들을 모두 하청(계약직)으로 고용하면서 지속적인 처우개선 논란에 시달려왔다.
해당 직원들은 2년마다 재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인해 최저연봉 수준의 임금을 수령하고 성과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초에는 대전지역에서 200명이 넘는 대규모 해고사태가 발생해 노동계 연대투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는 일부 고객(민원인)으로 인해 콜센터 직원들이 총 540여차례나 성희롱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원청사인 국민은행이 제대로 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와 파장을 낳기도 했다.
콜센터 노조 관계자는 "오랫동안 직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알리고 이에 대한 합당한 조치를 요구해왔지만 여전히 KB는 어떤 반응도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번 국감을 계기로 현실적인 조치가 취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양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콜센터 직원들의 처우개선을 약속한바 있다. 이후 6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후속 조치가 이어지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미 사태 파악을 어느 정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감에서 유의미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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