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방에서는 쉬쉬…일대일로 '자료' 교환
딥페이크뿐 아니라 불법촬영물도 돌아다녀
자료 주고받는 형태만 달라...대책 마련해야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딥페이크 처벌 논란이 확산되면서 성착취물을 일대일로 공유하는 '교환방'까지 생겼다. 단체채팅방에서는 관련 단어를 말하지 않는 등 쉬쉬하는 분위기지만, 사실상 '자료'를 개인적으로 주고받는 식으로 형태만 바뀌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교환방에서는 합성물뿐 아니라 일반인에 대한 성적촬영물도 공유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여성 신체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아 이러한 상황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18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최근 텔레그램 공개 채널에서는 딥페이크 성착취물과 관련된 대화가 부쩍 줄었다. 최근 딥페이크 논란이 이어지면서 지인을 대상으로 합성물을 만들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합성물을 공유하는 유저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지인 능욕 금지'를 공지로 걸어놓은 채널도 볼 수 있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평화나비네트워크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긴급 대학생 기자회견을 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2024.08.29 yooksa@newspim.com |
하지만 단체 텔레그램 방에서 언급하지 않을 뿐, 이들은 다른 형태로 딥페이크 불법합성물을 공유하고 있었다. 일명 '교환방'이라는 새로운 형태가 나타나면서다. 교환방은 일대일로 필요한 음란물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공유를 원하는 유저는 개인 메시지를 보내달라는 의미의 'ㄱㅌ(갠텔)'을 적으면 일대일로 공유가 가능하다. 즉 공개 텔레그램 방에는 흔적이 남지 않는다.
유저들은 단체방 내에서 특정 여성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접촉했을 때 신상을 특정해 자료를 요구했다. 여성의 나이와 직장, 학교와 학번을 세부적으로 적어놓고 사진이나 영상이 있으면 교환하자는 식이다. 정작 단체 텔레그램 방은 딥페이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단어를 언급하지 않을 경우 특별히 규제받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을 교환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현행법상 단순히 개인의 사진을 주고받는 것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해당 텔레그램방이 성적인 사진을 교환하는 방인 것을 고려하면, 일반인의 사진을 바탕으로 딥페이크물이 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딥페이크 외에도 다른 성적촬영물 역시 공유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화 참여자들은 교환방에서 '중고딩 성인 일반인 직촬(직접촬영)', '근친', '로리(미성년자)' 등을 교환할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이들은 합의 하에 성관계 사진을 찍고 여성의 동의 없이 유포하거나 당사자의 허락 없이 몰래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에서 직접 단속하는 화장실 불법촬영물이나, 현재 주범들이 징역을 선고받은 'N번방 사건' 영상을 공유하자는 대화 역시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딥페이크에 대해서만 엄격할 뿐, 다른 방식으로 성적 착취가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잠시 여성의 몸을 대하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수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우리 사회에서 남성의 성적 욕구가 자연스럽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깔려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딥페이크방이 잠시 없어지더라도 이후에 수없이 많은 '방'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가 차원에서는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대해서 기술의 문제로만 접근하고 있는데, 사실상 여성혐오 개념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고 넘어가야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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