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원유수급, 공급과잉으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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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상용 글로벌경제 전문기자 = 월가 투자은행들이 유가 전망을 낮추기 시작했다. 중동 불안으로 유가가 들썩일 위험이 상존해 있지만 원유시장의 펀더멘털은 유가에 불리한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판단했다.
시장 수급이 이완될 요소가 늘었다. 중국의 원유 수요는 기대에 못미치고 미국 경기는 둔화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 대규모 감산으로 유가를 떠받쳤던 중동 산유국들 역시 더 이상의 제살깎기는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더해졌다. 월가 일각에선 눈높이를 낮추고 일부 에너지주를 매도하라는 주문이 나온다.
1. 내년 공급과잉으로 전환
2021년부터 유가 강세 진영을 이끌었던 골드만삭스가 내년 유가 전망을 하향했다. 골드만의 분석팀은 8월26일 보고서에서 2025년 브렌트 유가 전망치를 종전 배럴당 82달러에서 77달러로 낮췄다. 브렌트의 내년 예상 가격 범위 역시 종전 75~90달러에서 70~85달러로 상·하단을 5달러 하향했다.
원유 시장 수급이 `공급부족`에서 `공급과잉`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앞서 모건스탠리도 글로벌 원유 수요 전망을 낮추면서 유가전망을 하향했다. 올해 4분기 브렌트 전망치를 종전 85달러에서 80달러로, 내년말 전망치는 종전 76달러에서 75달러로 수정했다.
블룸버그가 국제 에너지 기구(IEA)의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원유시장 수급은 3분기 일평균 80만 배럴(B/D)의 공급 부족을 보인 뒤 4분기 소폭의 공급과잉(1만5000 B/D)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나아가 내년 1분기(+133만 B/D)와 2분기(105만 B/D)에는 과잉 양상이 더 심화할 것으로 추산됐다.
원유시장 수급전망 [사진=블룸버그] |
원유시장 곰(Bear) 진영을 이끌고 있는 씨티는 감산동맹(OPEC+)이 감산을 되돌리는 증산에 나서면 내년 브렌트는 배럴당 55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DNB 뱅크도 OPEC+의 감산 되돌림으로 유가가 6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골드만은 기본 시나리오에서 내년 브렌트의 하단을 70달러로 잡았는데, 여기에는 인도의 왕성한 에너지 수요와 연준의 정책선회가 유가의 하락압력을 일부 제한하는 완충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돼 있다. 다만 골드만 역시 중국의 수요가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OPEC+가 내년 9월까지 일평균 220만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모두 되돌리는 시나리오에서는 브렌트가 60~61달러로 떨어질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2. 펀더멘털이 지정학적 재료를 이긴다
투자은행들의 이러한 전망 변화는 수요와 공급 양측면 요인에 근거한다.
공급측면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비 OPEC 진영의 원유 생산이 기대 이상이고, 남미에서는 대규모 매장량의 유전(가이아나)이 등장했다. 캐나다의 생산도 공격적이다. 현재 캐나다의 일평균 원유 생산량은 사우디를 제외한 OPEC 회원국 어는 곳보다 많다. IEA는 "미국과 캐나다 가이아나 브라질을 주축으로 올해 비 OPEC 산유국의 원유 생산 증가량이 일평균 130만 배럴, 내년에는 18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의 더딘 경제회복이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의 7월 원유수입은 4234만톤(일평균 1000만 배럴)에 그쳤다. 이는 2022년 9월 이후 최저치다. 경기순환적 요인에다, 전기차 보급에 따른 자동차 연료 전화과 산업섹터의 에너지 소비효율 진전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더해져 중국의 원유수요는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중국의 월간 원유 수입동향 [사진=블룸버그] |
올 들어 5월까지 확장세를 보이던 글로벌 제조업 경기도 꺾였다.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 5월 51.0까지 오른 뒤 두달 연속 하락해 7월에는 수축 영역(49.7)에 재진입했다. 공장들의 가동이 줄게 되면 이들의 에너지 수요 역시 약해진다.
미국의 휘발유 소매 가격은 8월26일 주간 기준으로 3.433달러를 기록해 3월초 이후 최저치에 머물러 있다. 석유제품 수요가 미진하니 정유사들의 마진도 박해졌다. 현재 이들의 정제 마진은 3년여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렇게 마진이 박해지면 정유사들이 재료(원유)를 적극적으로 비축해야 할 유인이 줄어든다.
이스라엘과 주변국 사이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양상은 확전보다는 쌍방간 통제된 대응(보복)에 가깝다. 물론 불안한 중동 정세가 유가를 자극할 위험은 여전하지만 매크로 측면의 수요 둔화 우려가 유가의 지정학적 프리미엄을 상쇄하고 있다. 리비아의 원유생산 중단 위험이 주초 유가를 밀어 올렸지만 더 뻗지는 못했다.
올 들어 브렌트는 3% 가량 상승했다. 지난 4월 91달러를 넘어섰던 유가는 8월21일에는 76달러선으로 물러섰다. 이후 반등 흐름이 나타났지만 4월 고점 대비로는 12.6% 하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제조업 PMI 추이 [사진=블룸버그] |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