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심사서 과외해준 수험생에게 최고점 부여
"돈·인맥 없이는 입시 힘들다는 불신·좌절감 줘"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음악대학 입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자신이 과외교습을 해준 수험생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등 '입시비리'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대학 교수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박강균 부장판사는 28일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교수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압수된 명품 가방의 몰수와 60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법원 로고. [사진=뉴스핌DB] |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에 의하면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피고인의 범행으로 교원의 청렴성과 공정성을 바라는 국민의 신뢰가 크게 훼손됐고 대학 입학 시스템의 공정성이 크게 의심받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예술 분야 대학 입시에서 엄격한 공정성이 유지되고 있는지, 입시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받을 국민의 당연한 권리가 충분하게 보호받고 있는지 큰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장차 예술계에서 재능을 꽃피우겠다는 희망과 열정을 가진 수험생과 그를 뒷받침하는 학부모로서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아무리 훌륭한 실력을 갖춰도 돈과 인맥 없이는 대학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예술가로서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는 극도의 불신과 회의감, 깊은 좌절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고려하면 피고인의 죄책이 매우 무겁고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질타했다.
다만 A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점, 수수한 돈을 반환한 점, 형사처벌 전력이 전혀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입시 브로커 B씨와 공모해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 일대 음악교습실에서 수험생들에게 111차례 성악 과외를 해준 뒤 총 51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현행 학원법에 따라 대학교수는 과외교습 행위를 할 수 없다. 하지만 A씨는 서울 소재 한 음대 부교수로 있으면서 B씨에게 소개받은 수험생들에게 '마스터 클래스'라는 명목으로 회당 25~30만원의 교습비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22~2023학년도 숙명여대 음대 성악과 입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자신에게 과외교습을 받은 수험생 2명에게 최고점을 주고, 또 다른 과외 교습생의 2022학년도 서울대 음대 합격을 대가로 학부모로부터 현금 600만원과 명품 가방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열린 공판에서 "대학교수 신분으로 입시 심사위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지위를 이용해 과외를 했고 불공정 심사로 형평과 공정에 따라 이뤄질 입시를 무력화해 죄질이 나쁘다"며 A씨에게 징역 5년과 추징금 600만원을 구형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교육자로서 학생들 보기에 부끄럽다. 다시는 이런 일에 연루되지 않게 모든 걸 내려놓고 음악계와 교육계 쪽은 고개도 돌리지 않겠다"며 선처를 구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