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13명 강남·서초 일대에서 성악 교습 후 1억3000만원 받아
서울대·경희대·숙명여대·한양대 등에 심사위원 참여해 과외생에게 높은 점수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경찰이 음대 입시생들을 불법 교습소에서 가르친 혐의로 현직 대학교수와 브로커 등을 무더기 송치했다. 일부 교수는 자신이 대학 실기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과외 학생들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5일 17명을 학원법 위반,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시 브로커 1명, 대학교수 14명, 학부모 2명 등 17명을 검찰에 넘겼다. 이 중 자신이 교습한 수험생을 평가해 대학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현직 교수 A씨는 구속됐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음대 대학교수와 브로커 등은 지난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 음악 연습실을 대관해 '마스터클래스'라는 이름으로 불법 과외 교습을 진행했다. 사진은 과외 교습이 진행된 연습실[사진 = 서울경찰청] 2024.06.10 dosong@newspim.com |
경찰은 지난해 6월경 "대학교수들이 성악 과외 교습 후 대입 실기시험 심사위원으로 들어가 교습해 준 응시자들을 직접 평가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 음악 연습실을 대관해 '마스터클래스'라는 이름으로 불법 과외 교습을 진행했다. 과외에 참여한 A교수를 비롯한 대학교수 13명은 수험생들에게 총 244회의 성악 교습 후 1억 3000만원 상당의 교습비를 받은 혐의를, 입시 브로커 B씨는 이들 교수와 결탁해 수험생들에게 총 679회에 걸쳐 미신고 과외 교습소를 운영한 혐의를 각각 받는다.
과외에 참여한 교수들은 30~60분 과외 교습 후 교습비 명목으로 1인당 20~50만원을 현금으로 받았으며 브로커 B씨는 1인당 7~20만원을 받았다. 경찰은 "교수들은 불법인줄 알면서도 고액 과외 교습을 용돈벌이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뚜렷했다"며 "이 사건 과외 교습은 소위 돈 있는 집안에서나 가능한 고액 과외교습이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수험생과 교수 간 교습비 지급 관련 카카오톡 대화 내역 [사진 = 서울경찰청] 2024.06.10 dosong@newspim.com |
이들의 불법 과외는 입시 비리로까지 연결됐다. 경찰이 불법 과외를 진행한 교수 13명 중 성악과를 둔 주요 33개 대학을 전수 조사한 결과 입시비리가 발생한 대학에 총 5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을 확인했다. A교수 등 5명은 각각 서울대·경희대·숙명여대·한양대 등 서울 소재 4개 대학교의 입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자신들이 과외한 수험생들을 평가해 대학교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 B씨는 입시가 임박한 시기에 교수들에게 수험생들이 지원하는 대학이나 실기시험 조 배정 순번을 알리며 노골적으로 입시에 개입하기도 했다. 청탁을 받은 교수들은 과외 교수 사실을 숨긴 채 심사위원 직을 수락했다. 이후 곡, 발성, 목소리, 조 배정 순번 등으로 교습 학생을 알아내 고점을 부여해 합격시켰다.
특히 A교수는 C 대학교 입시 당일까지 집중 과외 교습을 진행하고, 합격한 교습 학생 학부모로부터 명품 핸드백과 현금 등을 사례 명목으로 받기도 했다.
경찰은 또한 이들 학부모의 자녀가 C 대학교 합격 후 유명세 있는 성악과 교수의 제자가 되고자 비공식 오디션을 요청해 제자 선정 대가 명목으로 현금 등을 교부받은 것과 관련해 "해당 성악과 교수의 불공정 업무처리와 금품수수 행위를 C대학에 통보 및 제도 개선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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