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정치 국회·정당

속보

더보기

[노사모와 개딸] ①포용하거나 배척하거나

기사입력 : 2024년07월19일 07:00

최종수정 : 2024년07월19일 07:00

충청권 24년차 민주당원 A씨 인터뷰
"노무현 지지하는 만큼 낮은 자세"
'참여형 지지자'라는 새 문화 만들어
"개딸, 반나절만에 후원금 채웠다가도 한순간에 비난"

당원 중심 대중정당. 더불어민주당이 당원들의 참여도를 높여 당내 민주주의를 확대하겠다는데, 당 지도부를 뽑는 최고위원 선거에선 '이재명'을 부르짖는 '친명마케팅' 일색이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이 전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 출석 도장 찍기에 바쁘다. 이게 민주 정당의 모습인가. 전당대회에서 지지자들 간 몸싸움이 벌어진 국민의힘도 이 물음에 자유롭지 못하다. 강성 지지층들은 왜 정치의 해악처럼 여겨지는가. 가장 모범적인 팬덤이라고 평가받는 노사모의 사례를 통해 팬덤과 정치가 현명하게 공존할 방법을 고민해 본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너희한테 줄 거라곤 자부심밖에 없다. 자부심을 가져라."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A(50대)씨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했던 말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20년이 넘었는데도 '노무현'이라는 세 글자는 여전히 그에게 큰 의미인 듯했다.

뉴스핌은 지난달 28일 24년 차 민주당원인 A씨를 만났다. 충청권 출신인 그는 석탄화력발전소 증설에 반대하는 환경운동을 하다가 '비주류' 정치인이던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게 됐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부산 북강서을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2000년도부터 그를 응원하기 시작했으니 노사모의 시작부터 함께한 셈이다.

[서울=뉴스핌]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서 열린 봉하마을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이 합창단과 함께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사진=Jtbc캡처] 2024.05.23 photo@newspim.com

대전·충남을 대표하는 노사모 회원으로서 한때 유시민·문성근 등 친노 인사들이 창당한 개혁국민정당에 합류하기도 했다.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대의원으로 22대 총선 때는 한 충청권 후보 캠프의 사무국장을 맡았다.

기억하기로 노사모는 대학생들이 주축이었다. 30대 초반이던 그는 세차장을 운영했다. 그와 비슷한 연배의 직장인들도 더러 있었다. 열성적일 땐 매주 회원들과 만났다. 모일 때면 대학생들은 1만원, 가끔 고등학생들이 오면 5000원씩 회비를 냈다. A씨와 같은 '어른'들이 좀 더 비용을 부담하는 식이었다.

"노무현 이후 삶은 없다"는 마음이었다. 생업도 제치고 전국을 누볐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비슷한 마음으로 모인 회원들이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인제·한화갑이라는 거물들을 누르고 노 전 대통령을 대통령 후보로 만들었다. A씨는 전국의 경선 현장을 쫓아다니며 연신 대의원들과 당원들을 향해 허리를 숙이고 목청을 높였다. 인사를 너무 열심히 하는 바람에 성대결절이 생기기도 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기까지 그를 비롯한 회원들의 역할이 컸다. 그 유명한 '희망돼지저금통 캠페인'이 벌어진 때이기도 하다. 노 전 대통령의 선거 자금을 모금하기 위해 노사모가 직접 나서서 돼지저금통에 모금을 하고 다닌 것이다. 모금 행위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지적에 이후부터는 아예 돼지저금통을 파는 방식으로 캠페인을 변형해 전개했다.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A씨는 당내 경선 때만큼 전국을 누비지는 못해도 개인적으로 모금에 참여했다.

노무현 후보 캠프인 국민참여운동본부 본부장이었던 우상호 전 의원은 그의 책에서 "16대 대선은 어떤 의미에서는 구태 정치에 물들어 있던 집단과 이름을 남기지 않은 자원봉사자 다수, 노사모,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시민들의 싸움이었다"고 회고했다.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만큼 낮은 자세를 취했다. 당시 노사모에는 '몸으로 싸워서라도 노무현을 지켜야 한다'는 강경파도 있었지만 A씨는 '낮음'으로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편을 택했다. 노란 풍선을 들고 거리의 쓰레기를 주웠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아도 녹색 신호등이 켜져야만 길을 건넜다. 양심과 상식을 지킨다는 자부심. 노 전 대통령이 노사모 회원들에게 남긴 울림이자 가치였다. 누군가의 인생에 평생 영향을 미칠.

실은 조금 후회한다. "정치에 너무 깊숙이 들어갔다." "인생이 망가졌다." "절단났다." "남 탓할 일은 아니지만 내가 좋은 사례는 아니다." 이렇게나 자조하지만, 다시 돌아가도 노사모가 될 것 같다. "사람이 감동을 받으면 그렇게 된다." A씨는 2002년 당내 경선 때 대전에 방문한 노 전 대통령을 모셨던 날을 여태 잊지 못한다. 꽹과리 치는 걸 좋아하던 그의 우상은 그날도 노사모 회원 100여명과 한참 꽹과리를 치고 놀다가 연설을 시작했다. 줄 건 없지만 자부심을 가지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다같이 울었다. 20년이 넘은 지금도 떠올리면 뭉클하다.

"정치인 노무현의 진심과 개혁 의지는 말 그대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직장에 휴가를 내고 새천년민주당 경선장에 찾아와 노무현을 목이 터져라 외치는 노사모의 열정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참여형 지지자'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 이정표가 되었다."(우상호, '민주당 1999-2024')

A씨는 여전히 민주당 당원이다. 아직도 하루에 3~4개 정도 '친민주당' 성향의 방송을 챙겨볼 만큼 정치 고관여층이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를 지지하며,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찰 개혁에도 찬성한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과는 분명히 선을 긋는다.

◆ "개딸, 반나절만에 후원금 채웠다가도 한순간에 비난"

그가 생각하기에 노사모와 개딸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과 누군가를 싫어하는 마음이다. 노사모는 전자가 더 컸던 반면 개딸은 후자의 마음이 더 큰 것 같다는 설명이다. 노사모 회원끼리는 만약 노 전 대통령이 당내 경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다른 민주당 후보를 돕자는 둥 일종의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고 한다. 이에 반해 개딸은 '이재명 아니면 안 된다'는 인식이 지나치게 강한 나머지 다른 사람들을 배척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총선에서 A씨가 도왔던 충청권 B후보만 해도 이 전 대표가 지지연설도 하고 후원회장도 맡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개딸들이 열렬히 환호했다. 이 전 대표가 후원회장을 맡은 지 반나절도 안 지나서 후원금이 꽉 찼다. 그러나 환호가 비난으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었다. 이 전 대표가 다녀간 후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B후보가 같이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만으로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전화테러'를 당한 회계담당자가 그만둔다고 하는 걸 간신히 말렸다.

같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더했다. A씨는 총선을 앞두고 지역 권리당원 3000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렸다. 같은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사람들이다보니 빤히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B후보를 찍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 B후보가 과거 이 전 대표의 경쟁 상대를 지지했다는 이유에서다. 엄밀히 따지면 지지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분류돼 버렸다. 같은 당 사람이 안 뽑겠다 하니 속이 끓었다. 원망스럽기도 했다. 결국 B후보는 낙선했다.

정치적 지향이 개딸과 같음에도 더는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지 않는다. 노사모에서 개딸로 변화해 온 민주당 팬덤이 더는 자정 기능이 없는 것 같다. 공유하는 가치가 없는 것 같다. 너무 쉽게 적이 된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정치라는 직업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다. 정치를 하는 일에서 보람을 느낀다거나, 정치가로서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졌다." "같은 당 안에서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우리'가 아닌 '수박'으로 배척한다면 정당 민주주의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박상훈, '혐오하는 민주주의')

heyji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하마스, 對이스라엘 '자폭 작전' 재개 촉구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이스라엘군이 28일(현지시간) 오전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북부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개시해 최소 주민 10명이 사망하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고위 관리인 칼레드 마샬 전 하마스 정치국 위원장이 이제 저항하기 위해 자폭 작전(suicidal operation) 재개를 촉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영국이 합작한 매체 스카이뉴스 아라비아에 따르면 마샬 전 위원장은 이날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우리는 (자폭) 작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이 상황은 공개적인 충돌로만 해결될 수 있다. 적은 우리가 싸우든 싸우지 않든 우리 모두를 찾아 전방위로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서안 투바스 인근의 한 장례식에 참석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대원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이어 그는 "나는 모든 사람이 시온주의 단체(이스라엘)에 대한 실제 저항에 여러 전선이 참여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마샬 전 위원장이 언급한 여러 전선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대리 세력인 이른바 '저항의 축'을 일컫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은 하마스를 비롯해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이라크 민병대 등 역내 반미, 반이스라엘 무력 단체를 지원해 왔다. 마샬 전 위원장의 발언은 이스라엘군이 앞서 이날 오전 서안 툴카렘과 제닌, 투바스 등지에 무인기(드론) 공습 등으로 최소 주민 10명이 사망하자 나왔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이 테러 차단 목적이었으며, 테러리스트 5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소식은 이스라엘-하마스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나왔다. 이번 주 협상 중재국인 이집트 카이로에서 회담이 열렸지만 하마스는 미국이 제안한 협상 중재안 내용이 이전에 큰 틀에서 합의한 내용과 다르다며 협상 테이블에 앉길 거부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휴전 기간에 전면 철군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중재안에는 이스라엘군이 이집트와 가자지구 사이 국경 완충 지대인 '필라델피아 회랑'과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갈라놓는 '넷자림(Netzarim) 회랑'을 계속 통제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 헤즈볼라가 고위 지휘관 암살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에 로켓과 드론 공격한 가운데 이제 이란의 보복만 남은 상황에서 하마스까지 대(對)이스라엘 자폭 테러 작전을 재개할시 중동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wonjc6@newspim.com   2024-08-29 08:50
사진
백악관 "바이든-시진핑 수주내 통화 계획"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국과 중국이 수주 안에 양국 정상의 통화를 위한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고 백악관이 2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8월 27일과 28일 중국 베이징 외곽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을 만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번 만남은 지난 2023년 11월 우드사이드 미중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논의한 것처럼 미중 간의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관계를 책임감 있게 관리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왼쪽)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주임 겸 외교부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또 "양측은 다양한 양자 및 역내, 글로벌 이슈에 대해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양측은 몇 주 안에 정상급 통화 계획을 포함해 열린 소통 라인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환영했다"면서 "이른 시일 내에 양국의 전구(戰區) 지휘관 간 전화 통화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설리번 보좌관이 대만 해협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설리번 보좌관이 인도태평양 내 동맹국 방어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하고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의 합법적인 해상 작전에 대한 중국의 불안정한 행동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면서 "양측은 북한, 미얀마, 중동에 대한 공동의 우려에 대해 논의했다"고 확인했다. 백악관은 이밖에 "러시아의 방위 산업 기지에 대한 중국의 지원과 그에 따른 유럽 및 대서양 안보 영향에 대한 우려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밖에 중국의 불공정 무역 정책과 비시장적인 경제 관행, 미국 첨단 기술을 이용한 중국의 안보 위협 등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kckim100@newspim.com 2024-08-29 05:18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