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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이제는 정치혁신'] 대한민국의 급소, 지방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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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블랙홀, 서울!

서울은 권력의 심장이다. 대통령실, 국회와 사법부가 서울에 자리를 잡고 있다. 2024년 6월 기준 대한민국 전체 인구수는 5,175만 명으로 그 중 18.2%인 939만명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한국의 5대 병원을 서울이 갖고 있고 최고의 쇼핑몰, 5성급 호텔, 공연장과 연극, 4D영화관도 즐비하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국내 5성급 호텔은 총 87개로, 이 중 37.9%인 33개가 서울에 있다고 발표했다. 광주는 광역시 중 유일하게 5성급 호텔이 아예 없고 경남, 전북, 충남, 충북, 세종 등 6개 지방 시도에도 5성급이 호텔이 하나도 없다.

최고상위대학들이 서울에 몰려 있다 보니 강남 대치동에 있는 학원도 문전성시다. 대학 졸업생들은 서울에 있는 대기업 입사를 선호한다.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지방에 발령이라도 나면 아예 퇴사를 하고 다른 회사에 들어가 기어코 서울에서 근무하겠다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는 기사도 읽은 적 있다. 서울에 살아야 하는 이유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박물관, 미술관, 전시관, 대형국제회의시설, 초고층 건물, 어린이 공원 및 놀이시설, 아쿠아리움, 공원 등이 지척에 있어 주말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것들이 허다하다. "휴가는 해운대나 강릉해수욕장"이라는 표현은 이제 옛말이 된지 오래고 대신 호캉스족이라는 단어가 생겼다. 호텔에 있는 수영장, 사우나, 운동실, 근처의 영화관, 공원, 쇼팽몰에서 보내다가 근사한 저녁식사로 마감하는 휴가를 위해 지방에서도 원정까지 올 정도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yooksa@newspim.com

이렇다 보니 서울의 아파트값은 지방에 비해 4, 5배 이상 비쌀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은 2024년 5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거래금액이 11억 50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들도 서울에 있다. 한국이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다. 세계 어떤 나라도 이렇게 모든 것을 완벽하게 독점하고 있는 도시는 없다. 한국은행의 연구팀에 의하면 2020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수도권이 가장 큰 나라는 한국이었다. 영국에 비해서는 2배, 독일에 비해서는 6배나 많은 인구가 수도와 수도권에서 살고 있다.

이렇게 권력, 부, 기회, 소비자원의 매력을 모두 갖고 있는 서울인구집중의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면 인구절벽은 더 심각해 진다는 것이 한국은행 연구팀의 진단이다. 이것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지방에서 서울로 떠나는 엑소더스를 막아내 지방도 살고 대한민국이 번영할 수 있는 혜안은 없는가?

지방시대의 핵심은 창의성, 미래 일자리, 상상력!

2023년 교육부는 14개의 '참 좋은 학교'를 선정했다. 전교생 3분의 2가 타 도시 학생인 춘천금병초가 바로 그 중 하나다. 연중 생태전환교육 '작은 농부되기' 프로젝트와 지역사회 지원을 받아 마을교육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전남 담양 금성초등학교는 특색교육활동인 '모두가 행복한 학교! 샛별 도전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자전거 4대강 투어, 지역 연계 스포츠(승마, 수영 영업 교육), SW코딩 및 드론교육, 국내외 체험학습, 마을학교 연계 생태교육 등을 한다.

충북 괴산의 문광초등학교도 '참좋은 학교'로 선정되었다. 2011년 오케스트라를 창단하면서 예술교육 거점학교로 다시 출발한 것이 주효했다. 예술 분야의 학교로 특색 교육활동을 운영하고 지역협의체를 통해 지역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의 발전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산간 오지에 위치한 경북 상주 화북초등학교는 마을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어 인기다. 매주 수요일을 '공동 학습의 날'로 정해 협력형 프로젝트 수업을 하는데, 학년별로 '지역의 역사보드 만들기'(4학년), '영양만점 한그릇 음식 만들기'(6학년) 등의 특색있는 수업을 진행해 인기를 끌고 있다.

스웨덴의 큘투라마(Kulturama) 학교도 좋은 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생을 모집하는 이 학교는 재미있게 놀 수 있는 학생을 뽑는 학교로 유명하다. 입학시험은 1시간동안 창의적으로 노는 모습을 그냥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하도 인기가 있다고 해 큘투라마 학교를 찾아가 교장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 1시간 이상 설명을 듣고 난 후 수업에 참관해 견학까지 했다. 놀라운 것이 바로 보였다. 모든 학생이 연극을 통해 세익스피어를 연기하고, 발레를 배우며, 악기를 연주한다. 12월 송년의 밤에 초청되어 본 학생들의 연주, 춤, 연기, 그리고 합창은 학생들이 직접 작곡하고 창작한 것들이라는 교장선생님의 이야기다. 예술만 잘하는 것이 아니다. 국어, 수학, 과학 모두 스톡홀름 학교 중 최상위에 속한다고 귀뜸한다. 예술의 창의성을 훈련시키는 교육이 두뇌의 발달을 돕고, 재미와 자율적 참여를 통해 학습효과를 높인다는 믿음을 성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 학교의 모델이 알려지자 이민자가 많은 지역에 위치한 공립학교가 연락을 취했다. 어떻게 되었을까? 신청학생이 적어 폐교에 처했던 학교가 큘투라마의 커리큘럼으로 모집한 아이들이 만족하고, 부모도 만족하는 인기학교로 변신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큘투라마 학교의 인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스웨덴의 큘투라마(Kulturama) 학교 홈페이지 화면

스톡홀름에 있는 요한 쉬테스쿨란 (Johan Skytteskolan)도 새로운 교육을 지향한다. 칸막이만 있는 넓은 공간에 책상과 의자가 없다. 형형색색의 쿠션의자에 앉거나 턱을 괴거나 편한게 수업을 듣는다. 학급이 없기 때문에 영어수업이 끝나면 다른 수업을 본인이 찾아가 듣는다. 부모와 학생, 그리고 교사의 면담으로 들을 수업을 결정한다. 이렇게 본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게 수업을 들으며 필수졸업 과목을 이수하고 중학교에 진학한다. 지금 스웨덴에서는 교실도 없고 학년구분 없는 학교의 학습효과에 대한 교육학자간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부모들은 대만족을 표한다.

지방 엑소더스를 줄이는 방법

스웨덴의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수도인 스톡홀름으로 인구가 한국처럼 집중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지방의 특화된 대학을 종종 언급하곤 한다. 전국에 특화대학이 하나씩 있는데, 특정분야의 교육과 연구는 전국의 한 곳에서 진행되도록 정부가 유도한 결과다. 예를 들어 선박엔진과 선박기술, 통신은 샬머쉬공대 (Chlarlmers Tekniska Högskolan), 전자공학과 에너지, 건축공학은 왕립공대 (KTH), 항공엔진과 우주공학은 린쉐핑대학(Linköpings universitet), 자동차 디자인과 자동차공학, 자동차 바테리는 룰레오공대(LTH), 제약 및 의료기기는 룬드대학 등으로 특화시켜 교육 및 연구대학으로 육성했다. 약간의 겹치는 학과도 있지만 절대로 심층연구분야가 같은 경우는 절대 없다.

이곳을 졸업한 학생들은 절대로 도시를 떠나지 않는다. 대기업이 바로 대학도시에 있기 때문이다. 항공기엔진 제작 회사인 사브와 볼보의 공장은 린쉐핑에 있고, 새로 설립된 배터리 회사인 노스볼트(Northvolt) 회사는 자동차연구소와 혹한테스트 센타가 있는 룰레오 근처에 설립되었으며, 지금은 산업경쟁력이 떨어져 일본, 한국에 넘겨준 조선산업은 예테보리와 말뫼에서 성장했고, 페이스메이커를 만든 의료기기 회사는 룬드, 그리고 제약회사는 예테보리 등 전국에 걸쳐 특화된 연구대학이 위치한 도시에 대기업의 생산공장이 지어져 있다. 이것이 지방대학을 나온 학생들이 절대로 대도시와 수도로 이사를 하지 않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지방대학은 학령인구의 감소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중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연구팀에 의뢰해 진행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으로 인해 2040년에 이르면 벚꽃 피는 순으로 지방대의 60퍼센트가 소멸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에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생존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 놓은 셈이다. 충원율과 취업률이 모두 낮아 서울에 있는 대학의 인기는 역설적으로 도리어 더 높아지고 있다. 2040년까지 전남에 있는 사립대학들의 생존율은 19퍼센트, 경남은 21퍼센트, 부산도 30퍼센트에 불과할 것이라고 한다.

현 정부들어 '교육발전 특구'와 '글로컬대학30' 등 지방 교육과 지방대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방대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큰 의문으로 남는다. 지방대학간의 통폐합과 다운사이즈만으로는 학령인구의 감소와 지방인구의 이탈로 초래되는 지방대학의 입학미달과 중도자퇴를 막을 수는 없다. 더 획기적인 자구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방대학에 고등학생을 진학시키기 위해서는 졸업 후 반드시 취직할 수 있는 기업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제부터 지역내 대학간 통폐합만 고집하지 말고, 연구분야를 모아 지역별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교육부와 산업부 그리고 기획재정부가 함께 맡아 진행할 것을 권한다. 특화된 연구대학 중심으로 육성시키면서 스웨덴의 예처럼 지역별로 특화산업도시를 건설하는 방식으로 계획을 세워 진행한다면 장기적으로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학에 입학하게 하고 졸업생이 도시에 남아 있게 하려면 좋은 직장과 높은 연봉은 필수다.

이와 함께 저출산-고령화시대에 맞는 대학과 복지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한 일자리 창출도 고려해볼 만하다. 예를 들어 50대와 60대의 아동돌봄 특화과정, 노인돌봄 특화과정, 장애인돌봄 특화과정 등과 같은 교육과정을 지방대에서 제공하게 되면 20대부터 60대까지 함께 대학에서 공부하는 캠퍼스가 되어 지방대학이 다시 활기를 띨 수 있다. 정부의 1회성 현금지원보다 그 재원으로 취업지원 프로그램으로 복지관련 교육을 40대부터 60대까지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면, 저출산과 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다양한 복지서비스업에 종사할 인력을 키워낼 수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지난 2022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장상윤 교육부 차관 주재로 지방대 발전 특별협의회 제1차 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 특별협의회는 지방대학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기구다. 현장에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현장과의 정책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및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가 참여한다. 2022.08.30 yooksa@newspim.com

지방분권과 지방매력살리기의 결합은 필연

수도권 집중억제책보다 지방의 경제발전을 유도하는 방안이 더 매력적이다. 어떤 정책이든 빼기보다는 더하기가 더 효과적이다. 채찍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당근은 최대한으로 늘리는 정책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방법이 성적이 떨어진 학생에게 동기부여를 시킨다고 화장실 청소를 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정책이다. 세계적인 과학자, 혹은 달에 다녀온 우주인을 통해 공부를 해야할 이유를 확실하게 가르쳐 주는 것이 현금 인센티브보다 더 좋은 정책이다. 장학금을 목적으로 하는 공부는 보상을 받기 위한 수단이 되지만, 꿈과 희망, 도전의식을 심어주게 되면 목적의식이 뚜렷해져 스스로 즐기면서 하는 놀이가 된다.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이길 수 없다.

지방의 매력과 생존력을 위해서는 특화된 지방행사와 음식 등의 체험보다 지방의 재정자립과 지방정치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재정적 자립수준을 측정하는 재정자립도가 높다는 것은 해당 지자체의 경제활동이 활발하고 동시에 소득이 높다는 의미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를 위해 국가는 지방교부세율 인상, 지방세원 확대, 국고보조금 차등보조율 제도 운영 등을 통해 지방재정의 부족을 채워준다.

우리나라의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8:2 정도다. 국세와 지방세의 불균형은 중앙정부에 대한 지방의 의존성을 한층 높이는 결과가 되어 지방자치를 반쪽짜리로 만드는 원인이 된다. 국세의 지방세 이양, 지방교부세율 조정, 새로운 지방세목 신설 등이 실천되지 않으면 지방의 중앙정부 의존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임에 틀림없다.

수도권-비수도권 지방세수도 격차가 크다. 각 지방에서 독립적으로 걷을 수 있는 세금의 세목을 국세로 지정해 놓아 중앙정부가 관리하고,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 구조로 되어 있다. 낮은 지방자립도만 본다면 과감히 많은 세목들을 지방세로 돌리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재 공무원과 지방정치인이 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시행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지방자립도 확보, 만병통치약 아니다

세계인이 이제 전국의 산골과 어촌, 물길과 산자락까지 찾아가는 시대다. 외국어로 소통할 수 있는 지방민이 많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한글로 소통하는 관광객이 많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소통의 문제는 시골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당혹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다.

스웨덴에서 동료가 한국에서 있는 학회 참가 후 시골 곳곳을 체험하고 싶다고 해 시골 몇 군데를 추천한 적이 있다. 다녀와서는 음식과 풍경은 참 좋았다고 말하며, 말을 아끼는 모습에 의아해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조용히 웃으며 말을 건넨다.

"한국은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무슨 이야기인지 자세히 들어 보았다. 어느 곳에 갔더니 숙박시설이 없어 어느 모텔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들어가는 입구부터 폐쇄적이고, 호텔로비는 작은 창문 하나로 되어 있고, 들어가는 입구부터 복도, 방은 왜 온통 적색으로 되어 있는지 의문을 품고 있었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아침식사도 유럽처럼 호텔에서 제공되지 않아 샌드위치와 커피를 찾아 헤매고 다녔다고 말한다. 시골분들의 다정하고 인자한 경험은 좋았지만 무슨 뜻인지 알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말하며 그래도 인심과 도와주려고 하는 심성은 세계최고라며 엄지를 세웠다.

알프스와 독일 시골마을, 영국의 B&B, 그리고 스웨덴의 시골농부 집에서 운영하는 유스호스텔에서는 맛있는 갓구운 빵, 큰 치즈덩어리에서 긁어낸 치즈슬라이스, 긴소세지를 얇게 저며낸 살라미, 현지에서 만든 요구르트로 아침을 무료로 제공하는 유럽의 문화를 기대하고 온 관광객들은 당연히 실망할 수밖에 없다. 아침을 제공하지 않는 숙박문화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적절한 비용을 치르고도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전국에 몇 개나 있을지 의문이다.

지방시대 요구하기 전에, 지방의 수준을 높여야

지방의 숙박시설을 지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로 개조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지방정부의 진정한 자치능력 강화다. 지방정치인과 지방공무원의 수준을 지금보다 현저히 끌어 올려야 한다. 자신이 속한 지방의 현안 뿐 아니라, 세계의 흐름, 국가의 큰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방의 현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외국어 수준, 국제적 안목의 수준향상 뿐 아니라 부패수준도 현저하게 낮아져야 한다.

국민권익위는 2013년 이후 종합청렴도 평가를 해 왔다. 2024년 조사는 지역주민 2만명, 직무관련 공직자 7000명, 단체 ‧ 전문가 7000명 등 총 3만4000명을 설문조사 내용을 기초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방의회 정치인들의 청렴도를 가늠하게 한다. 92개 지방의회(광역의회 17개, 기초 시 의회 75개) 종합청렴도 평가결과를 보면, 의정활동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 공직자와 산하기관 임직원 등 100명 중 15명이 부패·갑질을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2023년도 광역‧기초시의회의 종합청렴도는 100점 만점에 68.5점 으로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의 종합청렴도(80.5점)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렇게 기초와 광역수준의 정치인부패가 심각한 상황에서 세금을 지방에 넘겨주게 되면 내부거래, 이권다툼과 갑질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지방정부 부패와 행정효율성의 관계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한 연구에서 지방정치인 및 공무원과 토호세력의 유착구조와 지방행정의 폐쇄성 등으로 인하여 비리가 끊이지 않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조수연 2017). 인허가 관련 부패, 입찰 및 계약과 관련된 부패, 공유자산 매각 및 도시계획과 관련된 부패이고, 다른 하나는 지방정부조직 내부에서 발생하는 인사권 남용과 세무관리 및 보조금 지급업무 등 재정운용과 관련된 부패이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의 연도별 지방공무원 징계총계 및 중징계 비율자료를 열람해 보면 2008년 징계공무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한 후 대체로 증가된 수준을 유지하면서 소폭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이고 있다. 21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이었던 박재호(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 지방직 공무원 징계현황' 자료에 의하면 2019년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를 받은 인원은 모두 451명으로, 2015년(312명)보다 4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중징계 가운데 해임은 2015년 36명에서 작년 78명으로, 강등은 같은 기간 21명에서 46명으로 4년 새 각각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지방이 완전 자치권을 중앙정부로부터 이양받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미리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상경 그리고 하향, 우리나라에만 있는 생경한 단어들

상경은 서울로 올라간다는 말이다. 그리고 하향은 고향이 있는 시골로 내려 간다는 말이다. 서울의 위치가 지방보다 위도가 높아 '올라간다'는 뜻으로 말하긴 했겠지만, 동서남북 모든 방향에서 서울로 접근할 때도 상경이라는 말을 아무 생각없이 사용해 왔다. 상경은 곧 '서울로 간다', 하향은 '지방에 간다'는 문화적 언어가 된 셈이다. 서울은 '저기 위에', 지방은 '저 아래' 있다는 표현이다.

지방화 시대가 미래한국의 답이다. 하지만 동료가 말한대로 거기까지 가는 길은 길고 험하다. 인구분산이라는 목적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과 수도권의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접근을 해야 한다. 문화와 좋은 여가시설 등은 부차적인 문제다.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지방에서 비행기 타고 오페라를 보기 위해 서울보다 런던이나 파리로도 갈 수도 있다. 좋은 학교, 일자리, 그리고 보금자리의 확보는 지방의 매력을 살리고 서울이 더 이상 선망의 대상이 되지 않게 하는 방안이다. 항상 위기 속에는 기회도 함께 내포되어 있다. 어떤 혜안으로 헤쳐나갈 것이냐는 우리의 정책적 상상력에 달려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최연혁 교수. 2024.01.15 mironj19@newspim.com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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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레임덕' 오나…민주당 상·하원 '싹쓸이'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2026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 주도권을 모두 휩쓰는 '블루 웨이브(Blue Wave·민주당 대승의 파도)'를 일으켰다. 3일(현지시간) 밤, 아직 개표가 한창인 가운데 미국 주요 방송사들은 민주당의 상·하원 다수당 석권을 일제히 예측 보도했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이미 과반인 51석 이상을 확보한 데 이어, 하원에서도 과반(218석)을 무난히 넘기는 대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전반기의 성적표 격인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것은 그야말로 '트럼프 심판론'의 압도적 승리였다. 관세 정책과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고물가가 미국인들의 표심을 결정적으로 돌려놓았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미시시피주 코린스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신디 하이드스미스를 위해 지원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대에서 내려오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NBC, CNN, CBS 등 미 주요 방송사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SSRS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특히 유권자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응답했으며, 62%는 고물가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유권자 10명 중 4명 이상인 43%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판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에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상원 승패를 결정지을 핵심 경합주인 조지아, 오하이오, 미시간, 텍사스 4곳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어서며 공화당 후보들에게 뼈아픈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핵심 유권자층의 이탈 징후도 포착됐다.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율은 2024년 39%에서 올해 43%로 반등했다. 이는 불법 이민자 단속 등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이 라틴계 표심의 반감을 사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밤 개표 상황을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결과를 수용할 의향이 분명히 있다(absolutely willing)"며 민주당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일단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란과의 전쟁이 공화당 선거 패배에 일조했다"고 입장을 밝히는 한편, 민주당이 "터무니없는(insane)" 법안을 내놓을 경우 대통령 거부권(Veto·비토)을 족족 행사하겠다고 강조하며 날을 세웠다. ◆ 입법 주도권 상실… 트럼프 '미스터 비토' 전략과 행정명령 우회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형성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국정 운영 방식은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이 상당한 의석 차로 의회 주도권을 쥠에 따라 주요 국정 과제 관련 입법과 예산안 심의, 인사 청문회 등에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단 하나의 법안도 통과시키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스스로 '미스터 비토(Mr. Veto)'가 될 것임을 경고해 왔다. 그는 지난 1일 폭스뉴스를 통해 선공개된 뉴욕포스트 팟캐스트 인터뷰 예고편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아마 내가 '미스터 비토'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올린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다 보면 그들도 시간 낭비라는 것을 깨닫고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선거 전부터 이미 패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배수진을 쳤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8월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출생시민권 및 폴리실리콘 산업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행사에 참석한 모습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러나 거부권 행사만으로는 국가 예산안 타결이나 행정부 국정 운영을 지속할 수 없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따라 입법권이 막힌 트럼프 대통령이 고유 권한인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집착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이미 몇 달 전부터 '여소야대' 정국에 대비해 비밀 대책 수립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러셀 보트 예산관리국장(OMB) 등 핵심 참모진은 지난 4월부터 법률고문실과 협력해 이민 정책, 관세, 주택 비용 감축 등 의회 승인 없이 행정권한만으로 강행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정밀 검토해 왔다. 하지만 행정명령 역시 예산 뒷받침이 없으면 효력이 제한적인 데다, 사법부의 가처분 신청 등에 가로막힐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 레임덕 회기 속 공화당의 '속전속결' 입법전  민주당이 새 의회의 의사봉을 쥐는 내년 1월 3일 전까지,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남아있는 '레임덕 회기' 동안 양당 간의 치열한 입법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선거 패배를 직감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지도부는 레임덕 기간을 활용해 시급한 국정과제와 법안, 공직 인준안을 전격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과제는 당장 내달 11일 만료되는 연방정부 임시 예산안(CR)의 연장 및 2027 회계연도 정식 예산안 타결이다. 다만 상원 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하려면 60표가 필요해, 민주당과의 타협이 필수적이다. 여의치 않을 경우 국방 예산 등 핵심 부처 안을 먼저 통과시킨 뒤 나머지 항목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차선책도 거론된다.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처리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하원 안만 통과하고 상원 군사위원회 안은 계류 중이다. 이 역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고려하면 협상이 필수적이다. NDAA에는 주한미군 규모 유지, 미 해군 함정 정비·건조 관련 한미 조선 협력 등 한국의 안보 및 통상 이해관계와 직접 결부된 사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국내 산업계와 정부도 초유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불은 연방정부 부채한도(현 41조 1,000억 달러) 상향이다. 한도 도달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를 늘리지 못할 경우 향후 2년 간 국정 수행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를 지렛대 삼아 복지 정책 확대를 요구할 태세다. ◆ 민주당의 대대적 청문회와 '트럼프 가족 비즈니스' 조준… 탄핵 국면 재현되나 상·하원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게 된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실패와 각종 사법 리스크를 향해 대대적인 청문회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의회 조사의 핵심 타깃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 비즈니스다. 출구조사에서도 고물가에 이어 '부패와 사적 이익 추구'가 주요 불만 이슈로 지목된 만큼 민주당의 고강도 조사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저속 셔터로 촬영한 미국 워싱턴DC의 연방 의회의사당. [사진=로이터 뉴스핌] 로이터의 지난 9월 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자산은 집권 2기 들어 가상자산, 드론, 인공지능(AI), 예측시장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약 22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은 민간 기업의 경우 대통령 행정권 특권을 이유로 의회의 자료 제출 요구나 소환장 발급을 거부할 법적 명분이 없다는 점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역시 "개원 첫날부터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주요 조사 대상으로는 트럼프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파트너로 있는 '1789캐피털'이 투자한 희토류 스타트업 '벌칸 엘리먼츠'가 거론된다. 이 회사는 투자 불과 3개월 만에 국방부로부터 6억 2,000만 달러 규모의 대출을 승인받아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동 국유펀드와 사모펀드 거래를 이어간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이해충돌 의혹, 대선 기부의 대가로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석유 기업들, 카리브해 바하마 결혼식 비용의 러시아 올리가르히 대납 의혹 등도 파상공세 대상이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함에 따라 과거 1기 임기 당시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1·6 의사당 난입 사태'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 탄핵소추안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실제 대통령 파면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하원에서는 과반(218석 이상) 찬성으로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상원 탄핵 재판에서 최종 유죄를 확정하려면 출석 의원의 3분의 2인 67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탈환하더라도 의석은 51석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쳐, 상당한 공화당 상원의원 이탈표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 상원 문턱을 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트럼프 2기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민주당의 파상적인 청문회 공격과 하원의 탄핵 시도, 이에 맞선 트럼프 대통령의 연쇄 거부권 행사와 행정명령 강행이 맞물리며 미국 국정이 극심한 대치와 경색 국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wonjc6@newspim.com   2026-11-0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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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제2금융·증권사 등 보안 모두 뚫렸다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사와 카드사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금융사 보안 체계는 외부 공격과 내부 관리 부실 앞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사고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피해를 신속히 차단하는 대응 역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핌은 총 4편의 기획을 통해 업권별 사고 원인과 보안 실태를 규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보안체계 구축과 망분리 규제 개선 및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김양섭·김가희 기자 = 국내 금융권이 한 달 넘게 이어진 연쇄 해킹에 업권을 가리지 않고 뚫렸다. 지난달 1일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공개 이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새마을금고중앙회로 번진 침해사고는 지난달 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빗썸으로 이어졌고 한양증권에서도 유출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4일 집계한 침해 금융사만 16곳, 유출 정보는 약 10만건이었다. 뚫린 곳은 대부분 핵심 뱅킹망이 아닌 외곽 시스템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사고를 세 유형으로 나눴다. 본인확인 없이 대출신청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던 정보조회 서비스, 기기 접근통제가 빠졌거나 웹 취약점이 있던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 담당자(RM) 등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 이미 알려진 취약점으로 악성코드가 심어져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이 빠져나간 홈페이지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의 자체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한 지 2주 만에 증권·보험업권에서 추가 사고가 나오면서 체크리스트 방식 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모집인 조회서비스 뚫리자 고객 정보까지…신한 2만5729명·국민 2210명 유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연쇄 해킹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신한은행 사고는 모바일 홈페이지 'M신한'의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였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격자는 9월 28일 저녁부터 고객번호 등 입력값을 무작위로 바꿔 넣으며 조회를 반복했고 휴대전화 인증 우회도 시도했다. 8개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바꿔가며 들어왔고, 은행은 15시간26분 뒤에야 이상을 알아챘다. 유출 고객은 2만5729명이다. 이름·전화번호와 연소득, 산출 대출한도 등이 빠져나갔고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은행 4곳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사 사고 가운데 여러 곳에서 동일 공격자로 추정되는 IP가 발견됐고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접근 시도를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지정 태블릿에서 별도 인증서와 생체인증을 거쳐야 업무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고, 농협은행은 모집인에게 내부망 접속 권한이나 별도 업무시스템을 주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RM 에이전트'와 'PB 에이전트'가 뚫렸다. 지난달 2일 고객 119명 유출을 밝혔다가 26일 재조사에서 고객 1631명과 임직원 460명을 추가로 확인해 피해가 2210명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은 영업지원시스템(ODS)에서 고객 89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직장명 등이 유출됐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연구원 교수는 이번 사고를 개별 회사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 문제로 봤다. 그는 "이번 사고는 본사가 아닌 외곽 조직이 털린 것이어서 망분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외곽 조직은 업무 편리성이나 직원 복지, 매출 때문에 보안 등급을 의도적으로 낮춰온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간 해커는 목표를 정해 오래 준비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천 개가 금융권 전체를 실시간으로 훑다가 취약점을 찾으면 바로 공격한다"며 "관행처럼 해오던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간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자체점검 '적정' 대신증권도 뚫려…협력사 연계서버서 3만8490명 유출 대신증권은 지난달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계좌개설 연계서버에서 비정상 접근을 포착했다. 고객 3만8490명의 이름·이메일·주소와 암호화된 계좌번호 등 8개 항목이 유출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당국의 12개 항목 자체점검에서 미흡사항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뚫린 연계서버는 당시 점검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업무용 웹 시스템에 외부 IP가 비정상 접근해 일부 업무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고객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한양증권도 지난달 29일 외부 그룹웨어에 대한 비정상 접근으로 고객정보 15건을 포함한 개인정보 31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건은 3건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는 개인 고객 정보를 직접 다루는 일이 적어 그동안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은행·증권·카드보다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사는 자체 보안 인력을 꾸리기 어려워 전산을 외주에 의존하는 곳이 많은데, 외주업체가 뚫리면 같이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고가 알려진 뒤 점검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며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을 전수 파악해 접근통제를 다시 확인하고 점검 범위를 외주·연계 구간까지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뚫려 고객 6444명과 임직원·협력사 직원 715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고객 844명분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 노출됐고 주민등록번호·신분증 사본 등이 포함됐다. 빗썸은 당국 자체점검 때 최신 보안패치 적용이 미흡하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가운데 처음 해킹 유출을 신고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홈페이지와 청약시스템 일부가 침해돼 이름·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 홈페이지 서비스 관련 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10년 된 데이터베이스 쓰던 예가람 4만3246명 유출…웰컴·현대캐피탈은 닷새 뒤 인지 예가람저축은행에서는 고객 4만3246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규모가 공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고 상반기 말 거래자(16만2731명)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중 320명은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거래내역 등 다른 항목까지 빠져나갔다. 해커는 9월 16일 고객정보 서버에 접근했지만 은행은 14일 뒤에야 이를 알아챘다. 국정감사에서는 침해 관련 시스템에 2016년 출시된 구버전 데이터베이스(DB) '레디스(Redis) 3.0.7'이 쓰였고 1년 전 공개된 취약점도 패치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사고 당시 금융보안원 회원사도 아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대출신청 웹페이지, 15일 모바일 수신서비스 홈페이지가 잇따라 뚫려 고객 250명의 연소득·대출금액 등과 268명의 계좌번호·잔액 등이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은 9월 27일 공격을 받고도 닷새 뒤 금융보안원이 공유한 공격 IP로 접속 기록을 살피다 침해를 확인했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대표자 이름 등 2370건(중복 포함)이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은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페이지가 공격받아 모집인 146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제 홈페이지에서도 회원 400여명의 정보가 빠져나갔고, 중앙회는 약 60시간 뒤 금융보안원이 전달한 의심 IP를 분석하고서야 이를 알았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은 최 교수와 달리 뚫리지 않은 회사도 있는 만큼 개별 회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마다 부가서비스로 했거나 보안을 등한시했던 부분이 계속 뚫리고 있다"며 "금융권도 보안을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나면 아까운 돈이다 보니 몇 년씩 사고가 없자 늘려야 할 투자를 계속 줄이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수년째 10%를 밑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7개 업권의 정보기술(IT) 인력 2만7508명 가운데 정보보호 인력은 2654명(9.6%)으로, 은행(8.8%)과 증권(9.5%)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 555곳 중 130곳 '미흡'…패치·인증·관제 기본 항목서 구멍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긴급 자체점검에서 금융회사 555곳 가운데 130곳(23.4%)이 보안패치 미적용, 기술지원이 끝난 노후 시스템 관리 미흡, 24시간 보안관제 미구축, 대외시스템 인증·인가 누락, 다중인증(MFA) 미도입 등 미흡사항을 보고했다. 나머지 425곳은 '적정'으로 보고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수 차례에 걸쳐 전수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금융회사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권의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고 전부터 기본 보안 통제 보완과 외부 접점 악용 주의 등을 전파했고, 긴급 체크리스트 점검 때 필수적인 경우를 빼고 외부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사고 회사가 유의사항과 자체점검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피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보험사 등 대형 금융회사도 은행권과 같이 CEO 등 경영진 책임까지 엄중하게 물으라"고 지시했다. 대부업·가상자산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전자금융거래법 미적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의 외부 접점을 전수 점검하고, 형식적 점검에 그친 곳은 엄중 조치하라고도 했다. 오는 5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대 시중은행장·금융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AI 해킹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 교수는 미국·유럽처럼 외부 공격을 가정해 취약점을 찾는 '레드팀' 점검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거나 자기 보고에 의존해 보고할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안 품질을 평가하거나 보안 성과를 공시해 주가에 반영되도록 하면 기업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안을 투자로 보는 인식과 CEO가 책임지는 구조를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CEO가 아니라 개인정보·정보보호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을 잘라버리면 끝"이라며 "갈수록 AI를 쓴 공격이 늘어날 텐데 이전 보안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는 만큼 은행도 AI 시스템을 갖춰 미리 방어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ssup825@newspim.com 2026-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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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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