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 사용량 늘고 생산량 늘자 탄소배출량도 상승
전기로 사용 덕에 동국제강만 탄소배출량 ↓
재생에너지 사용량 1%도 채 안 돼…현대제철은 공시조차 無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한 한국의 수출 경제를 뒷받침한 것은 철강산업입니다. 그런 철강산업이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데요. 철강산업은 재생에너지 사용, 탄소배출권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만큼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개별 기업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함께 필요합니다. '그린 철강'을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짚어봤습니다.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국내 산업군 중 가장 탄소배출량이 많은 철강기업의 탄소배출량은 올해도 전년 대비 증가했다. 이에 반해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1%대로 매우 미미한 상황이라 탄소배출량 증가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12일 철강 3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양대 고로 업체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증가했다.
사업장 외 직간접 배출량을 뜻하는 스코프3를 제외한 스코프1(사업장 탄소 배출량)과 스코프2(전력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량)를 합산한 수치를 온실가스 배출량이라고 볼 때 포스코의 2023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7198만톤CO2eq, 현대제철은 2927만톤CO2eq으로 각각 전년 대비 2.5%, 2.7% 증가했다.
◆생산량 따라 늘어나는 탄소배출량? 줄어들지 않는 온실가스
철강산업은 통상 생산량이 많아질수록 탄소배출량도 많아진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지난해 조강생산량은 각각 3568만톤, 1895만톤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이에 따라 사업장의 직접 배출량과 전력 배출량도 함께 증가한 것이다. 두 기업의 고로 사용량도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다. 포스코의 고로 사용 비율은 최근 2년 연속 94%대를 유지하고 있고 현대제철은 지난해 63.8%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6%포인트(p)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철강업 부진과 수요 감소로 인해 철강업계가 생산량을 줄였기 때문에 내년 온실가스 배출량에도 이러한 배경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로 사용량이 많은 동국제강이 유일하게 전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다. 동국제강의 2023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149만톤CO2eq로 전년 대비 6% 줄어들었다. 동국제강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65%가 스코프2에서 나오는데도 오히려 전년 대비 전력 사용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을 줄였다.
동국제강은 전기로 공정의 가탄 효율 개선 성과가 나타난 영향이라고 밝혔다. 가탄제는 쇳물에 탄소 성분을 보충하는 물질로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재료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인천 120톤 제강 및 100톤 제강에 대해 가탄 사용 패턴 변경 및 설비 개선을 통해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AI가 그린 재생에너지로 운영되고 있는 철강공장 이미지. [사진=뤼튼] |
◆재생에너지 1% 미만 사용…스코프3 대응 어쩌나
스코프3는 더욱 큰 폭으로 증가 중이다. 포스코는 2023년 742만톤, 현대제철은 349만톤을 배출했는데 이는 각각 전년 대비 4.3%, 40% 증가한 수치다. 동국제강은 스코프3 산정 공시를 아직 진행하지 않았다.
스코프3는 국내 사업장 외에 원자재, 협력사, 운송 측면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배출량을 가리킨다. 공급망 전체를 통제하고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먼저 선택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해 공급망에서 나올 수 있는 탄소배출량을 상쇄하겠다는 목적이다.
일례로 유럽 2위 철강그룹사인 오야크그룹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5% 감축하기 위해 32억달러(약 4조2080억원)를 투자해 전기로의 일종인 전기아크로(EAF) 건설과 이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지을 예정이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고로 대신 전기로를 건설하면서 사업 추진 방향에 변화를 준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과 비교해 봤을 때 한국 철강산업에서 재생에너지는 급한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3사 모두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1%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의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0.00116%, 동국제강은 0.15%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아직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이 없어 공시하지 않고 있다.
철강업계는 결국 재생에너지 확장도 비용 문제라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가 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을 선언하기 힘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조업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간다"며 "사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했을 때 내리기 힘든 결정이지만 철강사들 대부분이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보에는 들어간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남나현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선임연구원은 "그린철강 기준 확립과 공공조달 확대로 수요를 촉진하고, 그린철강 생산시설 투자에 대한 재정 지원과 그린수소 및 재생에너지 확대로 생산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bea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