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첫 OEM 펀드 징계, 라임사태가 대표적
불법판단 기준 '협의·지시' 구분 모호...업계 불만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신영증권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으면서 그 배경이 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과거 1조6000억원 상당의 투자자 손실을 낸 '라임 사태'에서도 OEM 펀드가 활용됐다. 라임자산운용의 지시로 부실펀드를 운용한 라움자산운용은 '라임의 아바타 운용사'라고 불렸으며, 회사 대표는 관련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OEM 펀드란 특정 투자자 또는 판매사의 지시나 명령에 따라 펀드를 설정·운용하는 것을 뜻한다. 펀드 설정 방식이 일반 제조업에서 판매자의 요청에 따라 외주 업체가 제품을 만드는 '주문자 상표부착방식(OEM)'과 유사하다고 해서 'OEM 펀드'라고 부른다.
핵심은 현행 자본시장법상 OEM 펀드가 불법이라는 점이다. 펀드 설정과 운용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은 자산운용사 고유의 업무인데 외부의 지시에 따라 펀드가 만들어진다면 무인가 회사가 펀드를 만드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우려가 상당하다. 실제 OEM 펀드로 인해 투자자들의 피해를 입은 사례가 다수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꼽힌다. 당시 라움자산운용이 라임자산운용의 요청에 따라 OEM펀드를 운용했다. 하지만 라임 사태 이후 이들 펀드가 부실펀드로 드러나게 됐다. 이후 라움자산운용은 '라임 아바타'로 불렸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등록취소 처분을 받았다.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 5단계로 이중 가장 높은 제재를 받았다.
[사진=금융위원회] |
금융당국은 OEM펀드에 대한 적용 기준을 확대하고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판매사가 운용사와 펀드 운용 과정에 있어 단순 협의를 제외한 모든 행위는 명령이나 지시, 요청에 해당하는 불건전 영업행위로 간주하고, OEM 펀드 관련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판매사에 대한 제재 근거를 신설했다. 이전까지는 '운용사'만이 규제 대상이었다.
'판매사'가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첫 사례는 2020년 NH농협은행이다. 과징금 규모는 20억원이었다. 금융당국이 판매사의 책임과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NH농협은행은 2016~2018년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아람자산운용을 통해 OEM 펀드 방식으로 펀드를 제작·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위는 NH농협은행이 투자대상을 선정하고 거래 조건을 정할 때 직접적으로 관여했고 투자자수 49명 이하인 사모펀드를 쪼개는 방식으로 공모펀드 규제를 회피했다고 판단했다.
올해 신영증권 이전에도 OEM 펀드 관련 제재 사례가 있었다. 4년 전 최고 이슈였던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관련 첫 제재다.
금감원은 지난 5월 요위스자산운용(과태료 2억4200만원)과 현대자산운용(2억원), 제이비자산운용(1억원), 브이아이자산운용(5000만원) 등의 운용사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한 시중은행의 요청으로 '이탈리아 헬스케어'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만들어 운용하다 적발된 건으로, OEM 혐의가 입증된 5개의 운용사 중 나머지 한 곳과 은행은 추후 수위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OEM 펀드'를 판단하는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업계의 불만은 지속되고 있다. 투자자, 판매사와 운영사 간에 오고 가는 의견에서 '협의'와 '지시'의 구분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하자 DLF 상품에 대해 OEM 펀드 논란이 일었지만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관련 의혹이 입증되지 않았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