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가치와 인근 자연경관과의 조화 인정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국가유산청은 5일 경북 '포항 용계정(浦項 龍溪亭)'과 '포항 분옥정(浦項 噴玉亭)'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포항 용계정'과 '포항 분옥정'은 자연경관과 조화된 조선 후기의 건축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경상북도 포항 지역의 정자 건축물로, 1696년(용계정), 1820년(분옥정)에 각각 건립됐다.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된 '포항 용계정(浦項 龍溪亭)'. 2024.7.5 [사진=국가유산청] |
'포항 용계정'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도록 조성된 2층의 누마루를 가진 정면 5칸, 측면 2칸의 'ㅡ'자형 팔작지붕 건축물로, 앞쪽에는 기계천이 흐르고 있다.
창건 당시에는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여강이씨 후손들의 수양공간으로 활용됐다. 이후 1778년(정조 2년)에는 정면 5칸으로 증축했고, 1779년(정조 3년)에는 용계정 뒤편에 서원의 사당인 '세덕사'를 건립하면서 용계정에는 '연연루'라는 현판을 달아 서원의 문루 역할을 했다.
1871년(고종 8년) 서원 철폐령 당시에는 훼철을 막고자 주변에 담장을 쌓고 다시 옛 현판을 달아 화를 면했다고 하며, 이후 여강이씨의 문중 회의 및 행사 장소로 활용되며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용계정이 위치한 덕동마을은 여강이씨 향단파의 집성촌으로, 문중과 관련된 문화유산이 함께 형성돼 있다. 특히 마을의 수구막이 숲으로 조성된 덕동숲은 용계정과 함께 그 가치를 이미 인정받아 2011년 8월에 국가지정자연유산인 명승 '포항 용계정과 덕동숲'으로 지정돼 있다. 수구막이는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이 멀리 돌아 하류가 보이지 않는 형태로 땅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된 '포항 분옥정(浦項 噴玉亭)'. 2024.7.5 [사진=국가유산청] |
이번에 함께 지정 예고된 '포항 분옥정'은 1820년(순조 20년)에 건립된 창건기록이 명확하고, 정면에는 용계천 계곡과 노거수가 위치해 있는 등 산천이 어우러진 뛰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이러한 입지 여건은 '구슬을 뿜어내는 듯한 폭포가 보이는 정자'라는 의미의 '분옥정'이라는 이름을 통해서도 알 수 있으며, 분옥정 내부에 걸려 있는 '청류헌(聽流軒,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곳)', '용계정사(龍溪精舍, 물이 흐르는 형상이 용과 같음)' 등의 현판에도 잘 표현돼 있다.
또한 추사 김정희 등 이름난 명사들이 남긴 현판, 편액이나 시판을 비롯해 '화수정기(花樹亭記)', '돈옹정기(遯翁亭記)' 등의 과거문헌에도 분옥정 관련 기록이 남아 있다.
분옥정은 정면 3칸의 누마루와 그 뒷면에 2칸의 온돌방을 이어 배치한 '丁'자 평면 형태로 조성됐다. 丁자형 정자의 일반적인 특징은 '丁'자의 윗부분('ㅡ'부분)에 생활공간인 방을 배치하고 아랫부분에 큰 마루를 두는데, 분옥정은 정면의 계곡을 잘 조망할 수 있도록 윗부분에 누마루를, 아랫부분에 온돌방을 배치했다.
또한 지붕은 진입부의 위계를 고려하여, 온돌방은 팔작지붕, 누마루는 맞배지붕으로 조성하면서도 각 지붕의 용마루와 처마의 높이를 같게 맞췄다. 이는 분옥정의 뛰어난 경관적 가치를 뒷받침해주는 요소이자, 다른 정자에서는 보기 어려운 세련된 건축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에 지정 예고한 '포항 용계정'과 '포항 분옥정'에 대해 30일간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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