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연구개발비 환수 취소소송 냈으나 패소
"공동관리 악습 바로잡을 공익상 필요성 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국가연구개발사업과 관련해 학생연구원들에게 지급된 3700만원 상당의 인건비를 회수한 뒤 직접 관리한 교수에 대한 연구개발비 환수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양상윤 부장판사)는 A씨가 농촌진흥청장을 상대로 낸 연구개발비 환수 등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B대학교 산학협력단장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과 2015년부터 2017년까지 B대학교수 A씨를 연구책임자로 하는 연구비 1억6000만원 규모의 협동연구계약을 체결했다.
교육부는 2021년 B대학에 대한 조사 결과 A씨가 연구과제와 관련해 연구원들의 통장을 받아 관리하거나 연구원이 수령한 인건비 중 일부를 교부받는 방법으로 학생인건비 3700만원을 공동관리했다고 판단했다.
농촌진흥청은 교육부로부터 해당 감사 결과를 통보받았고 이에 기초해 A씨가 공동관리한 학생인건비 3700만원 중 용도 외 사용금액을 1650만2000원으로 특정했다. 이어 B대학 산학협력단장에 대해 연구비 825만1000원 환수와 제재부가금 165만200원을 부과하는 처분을 했다.
A씨가 이에 불복해 연구개발비 환수 및 제재부가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내자 농촌진흥청 측은 처분의 상대방은 B대학 산학협력단장이라며 A씨에게 원고적격이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과학기술기본법상 연구비 환수처분 등은 행정청이 우월적 지위에서 하는 행정처분으로서 이로 인해 연구자나 연구팀의 법률상 이익이 침해되고 연구자 등은 적어도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주관연구책임자를 통해 연구비 환수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있다"며 A씨에게 각 처분을 다툴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사건 각 처분에 재량권 일탈·남용이 있다고 볼 수 없어 각 처분은 위법하지 않다"며 A씨의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과학기술기본법이 '지급된 학생인건비를 회수해 공동으로 관리하거나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학생인건비를 공동관리하는 악습은 근절되지 않았다"며 "피고(농촌진흥청장)로서는 법이 예정하는 응분의 제재를 가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공익상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학생연구원이 공동관리에 동의한 점, A씨가 지급받은 출연금 중 상당 금액은 원래 용도에 따라 학생연구원들에게 지급된 점, A씨가 사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고 사비를 들여 연구비에 충당하기도 했던 점, 감사 시작 이후 공동관리를 중단하고 연구원들에게 돈을 반환한 점 등은 충분히 고려돼야 하는 사정이라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A씨)가 공동관리해 온 학생인건비의 규모나 기간, 반복성, 의도성 등에 비춰 비위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익상 요구에 비춰 공동관리 행위에 대한 제재는 반드시 필요하고 원고가 이 사건 연구과제뿐만 아니라 장기간 다수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상당한 금액을 공동관리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의 환수 처분 및 제재부가금 부과 처분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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