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징역 10년 선고…추가기소 사건 사기죄 최고형
"빌라 400채 무자본 갭투자 취득, 방만하게 사업 운영"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수도권 일대에서 두 딸의 명의를 빌려 수백채의 빌라를 사들인 뒤 임대차보증금을 가로챈 이른바 '세모녀 전세사기'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던 주범이 사기죄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12일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대업자 김모(59) 씨에게 징역 15년을, 사기에 가담한 부동산대행업자 4명에게는 각 징역 6년~15년을 선고했다.
또 김씨에게 명의를 빌려줘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두 딸에게는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 사유가 없다며 별도로 구속하지는 않았다.
법원 로고. [사진=뉴스핌DB] |
최 판사는 김씨에 대해 "자신이 제대로 관리할 수 없는 400여채의 빌라를 거의 자기자본 없이 취득해 방만하게 임대사업을 운영했다"며 "수많은 피해자가 임대차보증금을 적시에 반환받지 못했고 이 사건 피해금액의 합계가 다른 전세사기에 비해 규모가 크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은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손해를 보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보증금을 받았거나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손해가 공사에 전가된 것으로 피고인이 스스로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어서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행법상 사기죄의 법정형은 가중할 경우 최고형이 징역 15년으로 입법상 한계에 따라 (징역 15년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 판사는 이 같은 전세사기 거래구조를 주도한 분양대행업자들에 대해서는 "임대사업자가 부담하는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와 관련 납세의무는 모두 외면하고 수수료에만 눈이 멀어 사회초년생 등 피해자를 상대로 사기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또 "종합소득세를 회피하고자 수십 개의 지인 명의 통장을 빌려 거액의 분양대행수수료를 받는 등 탈세까지 하려는 치밀함을 보여줬다"며 "그럼에도 피해자 진술을 대부분 부동의해 피해자들을 또다시 법정에 출석하게 했는데 이는 2차 가해로 양형에 불리하게 참작돼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분양대행업자들과 공모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 강서구와 관악구 등 수도권 일대에서 임차인 270명의 임대차보증금 612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임대차보증금 액수가 실질 매매대금보다 낮은 '깡통전세'라는 사실을 숨기고 30대인 두 딸의 명의로 신축 빌라를 사들인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김씨는 세입자 85명에게 183억원 상당의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먼저 기소돼 지난해 7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이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