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98.9%
3년 6개월만에 100% 이하, 신용대출 감소 영향
주담대는 상승, 전세대란에 유동성 차단 어려워
신용대출 집중 관리 불가피, 서민 피해 우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이 커지며 은행권 대출문턱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전세대란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공급이 불가피한만큼 상대적으로 조절이 용이한 신용대출 관리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저축은행 대출 위축까지 더해져 서민층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8.9%로 나타났다. 국제금융협회(IIF) 세계부채 보고서에 발표하는 이 지표에서 해당 비율이 100% 이하로 떨어진 건 3년 6개월만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역시 전년말 대비 2조5000억원 감소한 188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이 줄어든 건 지난해 2분기 이후 1년만이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4.05.22 peterbreak22@newspim.com |
금융당국이 강조한 GDP 대비 100% 이하 관리에는 성공한 모습이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게 업권 반응이다.
무엇보다 증가세가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이 전년말 대비 12조4000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인 1076조7000억원을 넘어섰다는 점에 우려가 크다. 1분기 전체 가계신용의 57%, 가계대출(1767조3000억원)의 60%를 넘어서는 압도적인 비중이다.
특히 주담대는 4월에도 5조1000억원 늘어나는 등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자금수요 증가에 따른 영향으로 전세 안정화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가 없을 경우 지속적인 대출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가계신용 감소를 견인한 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다. 1분기 690조4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12조6000억원이 줄어들며 10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고금리 부담에 따른 대출상환 및 신규대출 감소에 따른 결과다.
이는 은행권에서 유동성 공급이 불가피한 주담대 대신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신용대출 수요가 높은 서민층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실제로 은행연합회 집계에 따르면 1분기말(3월)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신규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KCB)는 925.8점으로 전년말 대비 4.6점, 전년동기 대비 9.4점 증가했다.
은행권에서 신용점수 기준을 점차적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관리 나서고 있다는 의미로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 차주가 몰리는 인터넷은행의 경우 3월 평균 신용점수는 921.7점으로 전년동기 대비 26.4점이나 급등했다.
이른바 '급전'이 필요한 차주들이 가장 애용하는 마이너스통장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5대 은행의 3월 신규 마이너스통장 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955.8점으로 전년동기 대비 10점 이상 높아졌다. 일반 신용대출보다는 30점이나 높은 수준이다.
건전성 악화로 1분기 비은행예금취급기관(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의 기타대출이 전년말 대비 6조8000억원 감소하는 등 제2금융권 대출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도 서민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우려하게 하는 요인이다. 신용점수 기준 상승으로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진 차주가 2금융권을 찾아도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향후에는 신용대출 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증가하는 연체율에 따른 건전성 관리를 위해서라도 신용대출 문턱 높이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는 주택시장 유동성 공급이라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추가적인 규제가 없는 이상 기준을 강화하기는 어렵다. 결국 신용대출을 중점으로 대출총량을 관리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며 "중저신용 대출자를 위한 정책자금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