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 결정
당국 "은행 경쟁 촉진"...업계 "체급 차이 커"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32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탄생했다. 금융권에선 대구은행이 현재 5대 은행 과점체제를 흔들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정례회의를 열고 대구·경북권 중심의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은행업 인가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새 시중은행 출범은 1992년 평화은행 인가 이후 32년 만이다.
시중은행이란 전국적인 점포망을 갖고 있는 상업은행이다. 현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과 외국계 시중은행(SC제일·한국씨티) 2곳이 있다. 지방은행의 경우 영업 구역에 대한 제한이 있어 영업 구역이 소재지 지역으로 제한되는 데 반해 시중은행은 강원·충청·전라 등 지방은행이 없거나 타 지방은행의 영업권에도 지점을 낼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은행산업의 과점 체제를 깨고 경쟁 촉진을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구은행은 올해 2월 지방은행 중 유일하게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신청했다.
DGB대구은행 본점 전경. [사진=DGB대구은행] |
금융당국은 이번 시중은행 인가를 통해 대구은행이 단시일 내 안정적·실효적 경쟁 촉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산업 전반의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금융접근성 제고, 중신용 중소기업 여신공급 확대 등 소비자후생 증대를 가져올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위는 "이번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으로 새롭게 진출하는 영업구역 중심으로 은행간 경쟁이 촉진되고, 이에 따른 소비자 후생 증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업계에선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에 진출하더라도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기존 시중은행과 체급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대구은행의 자산규모는 80조원, 당기순이익은 1195억원, 총자본은 4조 9857억원 수준이다. 5대 은행의 경우 총자산이 각각 400조~500조원에 달하고 총자본은 23조~36조원대로, 대구은행에 비해 5배가 넘는다.
대구은행의 원화대출금은 1분기 55조 5744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약 10% 늘었지만, 1위 국민은행(343조 7000억원)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 일부 인터넷은행 등 여타 중소형급 은행과의 차별화도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과의 체급 차이 뿐 아니라 영업기반 확대 등 시중은행과 당장 맞붙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당국 기대와는 달리 기존 은행들과 경쟁해 과점구조를 해소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