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형 경희의료원장, 교직원 대상 이메일 발송
"재난·전시에 준해…개원 53년이래 최악 경영난"
무급휴가·수당과 성과금 반납 등 비용절감 한계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상급종합병원 경희대병원이 경영난을 호소, 희망퇴직 시행 및 급여지급 중단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 간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대학병원의 경영난이 심각해진 상황이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오주형 경희의료원장 겸 경희대학교병원장은 지난달 30일 '경희의료원 교직원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통해 "정부와 의료계가 평행선을 달리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의료 사태가 11주차로 접어들며 파국으로 향하고 있다"면서 "의료 현장의 어려움은 날로 가중되고 있으며 의료기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재난·전시에 준하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저마다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원 또한 지난 3월 비상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하고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로 자금 대책들을 실행 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억 단위의 적자 발생으로 누적 손실 폭이 커지며 개원 53년 이래 최악의 경영난으로 의료원의 존폐 가능성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처참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한 대학병원의 의료진 2024.03.25 choipix16@newspim.com |
오 의료원장은 "시뮬레이션 결과 현재의 상황이 이어질 경우 개인 급여를 비롯한 각종 비용 지급 등에 필요한 자금이 올해 말 막대하게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당장 금년 6월부터 급여 지급 중단과 더불어 희망퇴직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알렸다.
이메일을 보면 현재 경희대병원은 무급휴가, 수당 및 성과급 반납 등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오 원장은 이메일을 통해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무급휴가·보직수당 및 교원성과급 반납·관리 운영비 일괄 삭감·자본투자 축소 등으로 비용을 절감하려 노력 중이지만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내 일각에서는 은행기채(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와 진료 재료비 결제 연기로 대규모 자금만 확보 된다면 위험 요소가 일괄 해결될 것이라는 안일한 안도감이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 외부 자금의 확보 가능성은 매우 불확실하며 자금의 차입은 의료원의 미래 성장에 있어 늘 걸림돌로 후배들에게 크나큰 고통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어려운 환경에서도 노력과 응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교직원 여러분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간곡히 호소 드린다"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기 전 의료원의 생존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함께 해주시면 빠른 시간 내 경영 정상화가 진행돼 보다 나은 환경에서 근무하실 수 있도록 저를 포함한 모든 경영진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경희의료원 산하에는 경희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등 7개 병원이 있다. 전체 의사 중 전공의 비율이 각각 40%, 30%가량인 경희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은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동의하지 않는 전공의들이 떠난 이후 병상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지면서 수익이 절반가량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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