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단독 추진 '공공의대법·지역의사법' 법사위 계류 중
복지부 '간호법 제정안' 5월 국회 처리 가능성
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3개월 가량 장기화되면서 의료계에 변화의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중증환자나 응급환자들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전공의들이 이탈한 3차 상급종합병원들은 진료가 차질을 빚으면서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 반면 개원의, 2차 종합병원)에는 환자들이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간호사들의 역할은 법적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의정 갈등의 장기화로 나타난 명암(明暗)을 살펴본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치권은 '의료 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공감대만 형성할 뿐 당장 해결책을 마련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정부가 이달 1일 국회에 전달한 간호법은 5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있어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일정 부분 메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의료개혁 및 의대 정원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회동에서도 이를 확인했다. 대통령실은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했고 이 대표도 "의대 정원 확대 같은 의료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할 주요 과제"라며 "민주당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의정갈등 명암] 글싣는 순서
1. 제약·바이오, 실적 타격 불가피…임상도 줄줄이 연기
2. 중증환자만 받는 대학병원…진료체계 긍정 신호?
3. 병원 문턱 높아지자 환자 수 감소…건강보험 재정 개선 효과
4. 최대 피해자는 환자…응급실 뺑뺑이·진료지연 '악순환'
5. 대형종합병원 경영 악화, 관련 종사자 무급휴가 권고 등 '불안'
6. 비대면·원격 진료 '탄력'…법제화 기대감
7. 진료지원간호사(PA) 법적근거 마련될까…보호 방안은
8. 尹-李 공감대 형성했지만…관련 입법 '난항'
정부와 야당이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특위)에서 나오는 개혁안에 대해 민주당의 협조를 기대하는 눈치다. 여야가 협력하면 개혁안을 곧장 입법 처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협과 전공의협이 여전히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라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반발이 예상되긴 하지만 대통령실은 정치적 동력을 얻은 셈이다.
다만 의정갈등을 해결하는 세부 방향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에 여·야·정, 의료계,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의료개혁 국회공론화특위'를 정부여당에 제안한 상태다. 대통령실은 특위를 통해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입장이다.
◆ 민주 단독 추진 '공공의대법·지역의사법' 법사위 계류 중
입법에 있어서도 여야 간 이견이 있다. 민주당은 공공·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운영에 관한 법안'(공공의대법),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지역의사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 법안들을 지난해 1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했고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공공의대법은 각 지역에 공공의대를 설립해 지역 내 의료 인력을 확충하자는 내용이다. 지역의사법은 의대 정원의 일부를 지역의사 선발 전형으로 뽑고 일정 기간 의료 취약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민주당은 관련 법안을 5월 임시국회에 처리하겠다는 목표지만 그러려면 본회의 직회부 절차가 필요하다. 국회법 제86조에 따르면 상임위 통과 후 법사위에 계류된 지 60일이 지난 법안은 소관 상임위 재적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다.
복지위 24명(민주당 12명·국민의힘 10명·비교섭단체 2명) 가운데 15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인 강은미 녹색정의당 의원과 전혜숙 무소속 의원이 찬성해도 이들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기는 불가능하다. 공공의대법과 지역의사법은 정부여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총선을 앞둔 지난 1월 지역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의대 정원 증원과 지역선발전형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응급의학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분야 기피 현상을 막기 위해 필수의료 수가 인상, 민·형사 소송 부담 완화 등의 내용이 담긴 '필수의료 육성법'을 공약한 바 있다.
◆ 복지부 '간호법 제정안' 5월 국회 처리 가능성
현재로서 가장 통과 가능성이 큰 것은 간호법이다. 의대 정원 문제와 직결된 법안은 아니지만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를 넓혀 의료 공백을 메우는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또 의정갈등 속에서 의사단체를 압박하는 카드로도 쓰일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비상진료체계 안정화를 위해 새로운 간호법을 여야 복지위 간사단에 전달했다. 유의동·최연숙 국민의힘 의원과 고영인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을 통합해 마련한 제정안이다.
기존 민주당이 단독 추진했다가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과 달리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하고 PA(진료지원) 간호사를 법제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PA간호사는 그동안 '임상 전담 간호사' 등으로 불리며 수술·검사·시술 등을 보조하는 역할을 해왔다. 암암리에 의사의 의료행위를 대신하기도 했다. 수정된 간호법이 통과되면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의료 행위를 보조해온 PA간호사가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게 된다.
이미 정부는 의대 증원 계획을 밝힌 이후인 지난 2월부터 PA간호사 업무를 합법화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야당 의원도 공동발의에 참여한 만큼 여야 간 합의가 성사되면 5월 임시국회 안에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
heyj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