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한달새 0.3%p 상승
금리 1% 상승시 5억 대출자 매월 상환액 33만원 증가
주택시장 불확실성에 거래량 둔화, 매물증가 우려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다시 꿈틀대면서 회복 기대감을 보이던 주택 거래량과 투자심리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금리 상승은 대표적 실물자산인 주택시장에 악재로 작용한다. 거래금액이 큰 만큼 대체로 상당한 규모의 대출을 활용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이자 상환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집값 회복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의 시기를 늦추려는 분위기가 한층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24일 부동산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주담대 금리가 연중 최고치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주택 매수시기를 놓고 고민하는 수요층이 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내림세를 보이던 주담대 금리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9일 기준 3.908%로 4%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달 초(3.737%)와 비교해 0.171%p(포인트) 올랐다.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면 금융권의 자금조달 비용이 커져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 지난 19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최저 3.22%, 최고 5.62%로 이달 초(3.19~5.31%) 대비 0.31%p 올랐다.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이미 최고 6%대를 돌파했다.
대출금리와 주택시장간 상관관계는 높은 편이다. 고금리는 주택 매수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기 게 일반적이다. 반대로 금리인하 시기엔 돈을 빌리기 수월해 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집값 상승 기대감, 이자부담 감소로 매물(공급)은 감소한다. 저금리 또는 제로금리 시기에 실물자산이 지속해 상승한 이유다. 5억원을 30년동안 5.5% 원리금균등상환으로 대출받았을 때 매월 283만을 갚아야 한다. 대출금리가 1%p 상승하면 같은 조건이라면 매월 상환액이 316만340원으로 33만원 증가한다.
주담대 금리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올해 들어 미국 경제의 호황이 이어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희망하는 2% 물가상승률 달성이 쉽지 않은 상태다. 연말까지 3차례 정도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은 최근 한 차례 정도로 후퇴했다. 연준 의원 일부는 기준금리를 되레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자 상승분을 상쇄할 만한 집값 반등이 이어진다면 큰 영향이 없겠지만 주택경기 불확실성이 팽배한 현 시장 분위기에서는 주택 매수심리를 악화시킬 요소로 분석된다.
회복 기미를 보이던 주택 거래도 다시 움츠러들 공산이 크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교통망 호재, 총선용 개발 공약 등이 부각되며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3900건으로 2021년 9월(4065건)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달에는 거래량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이달 거래량은 지난 22일 기준 1096건으로 실거래가 신고기간 30일을 감안해도 3000건대 수준이 예상된다.
이미 분양시장에는 매수심리의 악화 흐름이 반영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6만4874가구로, 전월(6만3755가구) 대비 1.8%(1119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늘었다. 특히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1만1867가구)은 전월(1만1363가구) 대비 4.4%(504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연속이다. 분양가도 치솟은 것도 있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하락했고, 대출금리가 지속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결과다.
리얼 인베스트먼트 민수진 센터장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집값 회복 기대감 등으로 지난달부터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였다"며 "하지만 이달 들어 금리인하 시기가 상당기간 지연된 데다 주담대 금리 인상, 미분양 확대, 경기둔화 등이 부각되면서 시장에 기대보다 우려가 커진 상태"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