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 4~6% 대세, 저금리 대비 이자부담 2배
한은 10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미 연준도 관망세
중동 리스크에 국제경기 불안, 고금리 장기화 불가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희박해지며 상환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의 대출을 받은 이른바 '영끌족'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3~4년만에 금리가 두배 가까이 올라 이자 부담이 급증했지만 국내외 시장상황은 연내 인하도 쉽지 않다는 부정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급격한 금리인하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에 따른 글로벌 경기불안 등 미국 기준금리 인하를 막는 요인들도 추가로 발생하고 있어 당분간 차주들의 고금리 고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5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우리 등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혼합형(고정형)은 3% 중반에서 5% 중반대, 변동형(6개월)은 3% 중후반대에서 6% 초반대 구간에 형성돼있다.
이는 한때 8%까지 치솟았던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어느 정도 안정됐지만, 본격적인 고금리 시기에 접어들기 전인 2020~2021년에는 3% 중반대 상품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수치만 감안해도 대출 당시보다 2배 넘는 이자를 내는 차주들이 상당수다.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5년물 무보증 AAA) 금리 역시 올해 들어 3.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 기대하던 금리인하 움직임은 1분기가 넘어가도록 요원한 상태다.
고금리 장기화로 차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지만 본격적인 금리인하 예상 시점은 오히려 늦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물가 부담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2일 기준금리 3.50%를 10회 연속 동결한 한국은행은 상반기는 물론,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마저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농산물과 유가 영향으로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저와 금융위원 전부의 동일한 의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들어 가계대출이 소폭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금리인하 움직임을 신중하게 하는 요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월, 전월대비 1조8000억원 줄어들며 1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국내 가계대출은 3월에는 4조9000억원이 줄어들며 감소폭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한국은행 조사에서는 3월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이 전월대비 1조6000억원 감소한 1098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가계대출 감소 이유로는 부동산 경기 침체 및 규제강화 등 다양한 요인이 꼽히지만 고금리로 인해 차주들의 대출관리가 핵심으로 꼽힌다. 따라서 가계대출 관리를 최대 과제로 내세운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차주 부담을 감안해도 섣불리 금리인하를 서두르기 쉽지 않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의 선제적 움직임이 외부에서 발생하지 않는 이상 국내에서 금리인하가 먼저 발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 역시 소비자물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 가능성까지 더해지는 등 악재까지 겹치고 있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내년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고객들이 많지만 금리인하를 유도하는 요인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계대출 역시 당국이 보수적 관리를 요구하면서 오히려 조건을 까다롭게 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단 미 금리 인하가 우선이다. 국내 금리는 이 후 다양한 요인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