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양섭 중기벤처부장 =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정부가 추진해왔던 상속·증여세(상증세) 완화 기조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와 우려스럽다. 상증세 완화의 필요성은 여야를 떠나 '국가의 성장 동력' 측면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때다.
상증세 규모가 과도하다는 문제 제기는 그동안 꾸준히 있어왔지만, 최근 들어 공감대가 커진 이유는 실제로 상증세 때문에 기업을 팔기도 하고, 또 자본을 해외로 유출시키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중견 기업들이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녀에게 사업을 물려주는 것보다 경영권을 파는 것이 더 이득일 것이라는 판단에서일 것이다. 한샘과 락앤락, 쓰리쎄븐, 유니더스 등이 상증세 부담 때문에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팔았다.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상속은 '과도한 상속세'로 인해 기업 자체가 휘청일 정도의 충격을 준다. 또 심심찮게 경영권 분쟁을 야기시킨다.
넥슨의 경우 창업주인 고 김정주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천문학적인 수준의 상속세가 세간의 관심이 됐다. 상속 규모는 10조원, 상속세 규모는 약 6조원이었다. 상속인들이 주식으로 상속세를 내는 '물납'을 택했고, 결과적으로 주식을 갖게 된 정부가 NXC(넥슨 지주회사)의 2대주주 지위에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하게 됐다.
최근 '모자의 난'으로 불렸던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사례 역시 승계 구도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창업주가 사망하게 되면서 불거졌다. 막대한 상속세 해결을 위해 창업주의 배우자인 송영숙 회장 측이 다른 기업과 통합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가족들간의 분쟁이 격화됐다.
그동안 '과도한 상증세'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처럼 주로 승계 과정이 있는 기업들, 혹은 갑작스러운 사망이 발생해 경영권 분쟁이 있는 사례 등에서 발생했지만 최근엔 개인들 사이에서도 비일비재하다.
불편한 사실은, 상당수가 이를 회피하기 위해 편법을 연구 중이고 일부는 해외로 자본을 유출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A씨는 부자들의 해외자산 취득 컨설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고민이 상증세이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해외로 자본을 이전시켜 증여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루트를 파악하는게 컨설팅의 핵심이다.
'일부 부자들의 얘기'라고 치부하기엔 상증세는 현실적으로 이제 너무 많은 이들에게 노출돼 있다. '상증세를 고민하면 부자'라는 것도 옛날 얘기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증여세 비과세한도는 2014년 이후 '5천만원'에 묶여 있다. 세율은 10%로 시작해 1억, 5억,10억, 30억 구간별로 높아지는 누진세 체계다. 30억원 초과는 세율이 50%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거의 최고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이미 9억원을 넘어섰다.
미국의 경우 배우자에겐 증여세를 물리지 않는다. 자녀에 대한 증여세 비과세 한도도 1170만달러, 우리돈으로 약 150억원에 달해 우리나라와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미국의 개인 상증세 면제한도는 2010년 100만달러, 2015년 500만달러, 2021년 1170만달러로 꾸준히 높아졌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할때 비과세 한도인 5천만원 초과하면 모두 원칙적으로 증여세 부과 대상이다. 결혼을 가장 많이 하는 나이대인 30대와 이들의 부모인 60대들이 특히 증여세에 대한 고민이 많다. 증여 니즈(Needs)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여론이 반영돼 최근 세법개정에서 '신혼부부에 한해' 추가로 1억원의 비과세 증여 한도를 부여(부부 각각)하기도 했다. 어느정도 현실을 반영한 개정인 듯 하지만, 마치 땜질 처방을 하는 듯한 방식을 취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