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결사위, 화물연대 진정건에 권고안 채택
"결사의 자유·단체교섭 원칙 충분히 누리도록 보장"
"형사처벌 하지 말고 조합원 정보 비밀도 보장해야"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결사위)가 지난 2022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파업 당시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사실에 대해 '결사의 자유' 보장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정부는 결사위의 권고가 국제법적 구속력이 없다면서도, 결사위 권고안 채택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 ILO 결사위 "화물연대 결사의 자유 보장해야"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ILO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제350차 이사회를 열고 화물연대가 소속된 공공운수노조가 제기한 진정사건에 대한 'ILO 결사위 권고안'을 채택했다. 앞서 공공운수노조는 2022년 12월 ILO 결사위에 '한국 정부가 화물파업을 탄압하며 ILO 협약 87호 및 98호를 위반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철회한 9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앞 도로에 주차된 화물차에서 한 화물연대 조합원이 총파업 선전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2022.12.09 hwang@newspim.com |
우선 결사위는 자영업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가 그들의 이익을 증진·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의 원칙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고, 이와 관련해 취해진 조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우리 정부에 권고했다.
또한 집단운송거부 참가자들에 대해 단지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하지 말 것,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조합원 명단 제출 요청과 관련해 화물연대 조합원 정보의 절대적인 비밀을 보장할 것도 요청했다.
아울러 개별 조합원의 행동에 기인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에 대한 어떠한 제재도 결사의 자유와 불합치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과 조합원들에게 가해진 일부 운송사의 보복조치, 반노조 차별 또는 개입 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적절한 제재조치를 취할 것도 권고했다.
◆ 고용부 "그동안 결사의 자유 두텁게 보장…유감스런 조치"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결사위는 노사단체 등의 진정 제기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고안을 채택한다"면서 "다만 결사위 권고는 국제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이번 결사위 권고는 모든 근로자의 결사의 자유 보장, 업무개시명령 불이행만을 이유로 한 형사처벌 금지 등 일반적이고 원론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이와 관련해 그동안 정부는 ILO 결사의 자유 협약을 비준하는 등 결사의 자유를 보다 두텁게 보장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차관은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에 대해서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국민의 일상생활 및 경제·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하고도 정당한 조치였다는 점을 결사위에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결사위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점은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부 출입기자단과 차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2023.10.10 jsh@newspim.com |
다만 현재까지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으로 처벌을 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처벌 받은 사례는 현재까지 없다"면서 "소관부처가 파악한 바로는 수사된 게 3명인데, 1명은 무혐의 처리됐고, 2명은 검찰 수사단계에 있어 형사처벌 대상은 미정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차관은 "정부는 화물연대의 조사 거부로 관련 정보를 취득한 바가 없다"면서 "항후에도 적법하게 취득한 정보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에 따라 비밀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결사위는 개별 구성원의 행위에 기인한 화물연대에 대한 제재가 결사의 자유와 불합치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면서 "이러한 결사위의 권고는 정부가 단체 구성원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당해 단체에 대한 형사제재 등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파악된다"고 언급했다.
우선 그는 "정부는 결사위가 화물연대의 폭력, 강압 등 불법행위를 인정했다는 점에 주목한다"면서 "집단운송거부 기간 화물연대의 행위는 운행 중인 차량을 향해 쇠구슬을 발사하거나 도로에 쇠못을 뿌려 차량의 타이어를 파손하기도 했으며, 비참여 화물기사에 대한 협박 문자 및 현수막 게시 등 법치국가에서 절대 허용되기 어려운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ILO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불법행위에 대한 법과 원칙에 따른 조치는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및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한 모든 정부의 기본적인 책무"라며 "결코 화물연대의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이 차관은 "결사위는 일부 운송회사들이 화물연대 구성에 대한 보복조치 및 반노조 차별 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면서 "다만, 결사위는 보고서에서 운송회사의 보복조치에 대한 진정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어떠한 신고도 접수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그동안 법치주의 기조에 따라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그 대상을 불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조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면서 "따라서, 운송 회사의 불법적인 행위가 확인된다면 당연히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결사위의 권고에 대해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결사위가 점검한 주요 내용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결사위의 권고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거나,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한 오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답변을 통해 ILO에 반영을 요구할 계획이다. 또 그동안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이행 노력과 개선된 점을 적극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