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주 장세서 소외됐던 IT·바이오·중소형주로 관심 이동
미·중 대형 이벤트 '몰려'...정치적 불확실성 증대 증시 하방 압력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이번주 국내 증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감에 저PBR(순자산비율) 종목 중심 차익 실현 매물 출현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동안 소외됐던 바이오, 중소형주 등 성장주로의 순환매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의 '슈퍼 화요일(Super Tuesday)', 중국의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 대형 정치 이벤트도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슈퍼 화요일은 미국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가장 많은 주에서 동시 경선을 진행하는 날을 말한다. 양회는 중국 최대 정치 이벤트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는 지난주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이후 실망 매물이 출현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기업들의 자발적인 기업 가치 제고 노력 ▲투자지표 비교 공표 ▲밸류업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개발 ▲체계적인 상장기업 밸류업 확산 지원 등이 담겼다. 하지만 세제혜택 등 기업들의 실행의지를 높일 만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추후 후속대책으로 미뤄 놓으면서 '맹탕' 논란을 낳았다.
단기적으로 수급 이탈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바이오, 중소형주 등 성장주의 비중을 확대하는 동시에 저PBR 업종에 대한 비중도 '중립' 이상 유지하라는 조언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저PBR 테마가 약해지고 해당 기업들 내에서 차별화도 심해질 것"이라며 "차익 실현 과정에서 다른 테마로 순환매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저PBR 중심의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IT, 바이오, 중소형주 중심으로 순환매 대응이 필요하다"면서도 "저 PBR 테마는 3월 중 주총 시즌, 4월 총선, 6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 확정안 등 지속적인 재료들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저PBR 업종에 대한 비중도 중립 이상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PBR만 낮다고 테마주처럼 오른 주식은 제자리로 돌아가겠지만 재평가받은 저PER 고배당 주식은 다시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동안은 외국인 수급이 큰 영향을 미치며 대형주 위주로 수혜 업종 전반이 상승했지만, 이제는 중소형주에서도 주주환원에 진심인 기업의 재평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미국의 슈퍼 화요일, 중국의 양회 개막 등 대형 정치 이벤트도 증시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 화요일은 미 대통령 예비선거 최대 규모의 경선이 열리는 날이다. 현지시간으로 오는 5일 16개 주에서 경선이 동시에 열린다. 이를 바탕으로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선 후보직을 확정 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의 경우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대승을 거두자 미국 뉴욕증시가 상승 랠리를 연출한 바 있다. 반면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관련 불확실성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슈퍼 화요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유력해질 경우 다시 한번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이란 전망은 증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재집권 시 현재의 정부 정책 변화 가능성은 낮지만, 우리의 걱정거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라며 "한미 무역, 통상 분야 갈등 재부각,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이 우려된다. 한미 FTA 재협상 또는 철회를 운운할 경우 한국 교역 위축, 그에 따른 수출의 성장 기여도 하락 등이 예상된다"고 했다.
중국은 이날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를 개막한다. 양회는 우리나라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중국 최고 정책 자문기구인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다. 이날 정협 개막을 시작으로 5일에는 전인대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회한다.
국제사회는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얼마로 제시할지 주목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직면한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같은 5% 안팎을 제시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다만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은 양회에서 중국 정부의 친시장, 경기 부양 정책 스탠스의 강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면서 "지방정부의 재정부족과 부채위험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번 양회에서의 경기 부양기대감은 위축되면서 (중국 증시는) 하락세를 시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