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서울 아파트 40억 이상 26건 거래...전년比 1.6배
도심 정비사업 분양지연, 주택경기 바닥 심리 등 영향
강남·용산 등 도심 고가 매물로 쏠힘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전국 아파트값이 석 달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서울 인기지역의 수십억원대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더 늘어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투자심리가 위축됐으나 자금력을 갖춘 자산가들은 초고가 아파트 매입을 꺼리지 않는 분위기다. 최상위 입지 매물은 한정적인 데다 금리가 하락할 경우 상승 여력도 갖췄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행정구역 안에서도 차별화 양상이 나타나는 만큼 초고가 단지로의 쏠림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지난 28일 기준) 서울에서 거래금액 40억원을 초과한 아파트 거래건수는 26건으로 기록됐다. 이는 전년동기 기록된 10건과 비교하면 160% 늘어난 수치다.
올 들어 가장 비싼 매맷값을 기록한 용산 나인원한남 전경 [뉴스핌DB] |
가장 높은 거래금액을 기록한 단지는 2019년 입주한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이다. 지난달 전용면적 206㎡(3층)가 97억원에 거래됐다. 2022년 11월 기록했던 직전 최고가 94억5000만원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더욱이 이 면적 매도호가가 100억원부터 시작하고 있어 향후 시세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98㎡(24층)는 93억원으로 두 번째로 거래금액이 높았다. 2020년 입주를 시작한 주합복합이다. 지난해 8월 거래된 직전 최고가인 99억원(41층)에서 6억원 빠진 금액이지만 층수를 감안할 때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나타난 집값 하락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셈이다. 유명 자산가와 연예인 입주로 유명세를 타면서 매물도 귀한 상태다.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삼성' 전용 175㎡(33층)이 90억원으로 세 번째로 높은 금액에 손바꿈했다. 지난해 최고가 62억원보다 거래금액이 28억원 높아졌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로열층'이란 점이 감안된 금액이다. 2004년 입주해 올해로 21년차를 맞은 구축 단지에 속하지만 지역 랜드마크이자 현대차 GBC를 비롯한 삼성동 일대 개발 기대감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사진=DL이앤씨] |
이외에는 ▲강남구 청담동 마크힐스 1·2단지 85억원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1·2차 80억원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78억5000만원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 73억30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40억원 이상에 거래된 아파트는 10건으로 서초구 반포동 '원베일리'가 100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중구 장충동 '장충상지리츠빌카일룸' 59억원,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6·7차' 58억원,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53억원 등이다.
이처럼 부동산시장 약세장에도 자산가들이 초고가 아파트에 지속적으로 매수세를 보이는 이유는 이들 단지의 희소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에서도 강남, 용산 등 최상위 입지 아파트 매물은 한정적이란 점이다.
서울엔 빈 땅이 없어 대규모 택지개발, 신도시 조성을 통한 주택공급이 어렵다.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유일한 방법으로 인식된다. 특히 교육, 교통, 생활편의를 갖춘 강남권 아파트 시장을 대체하기란 만만치 않다.
원자잿값, 금리인상 등으로 정비사업이 삐걱대고 있는 것도 구축 초고가 단지의 거래가 늘어난 배경으로 분석된다. 공사비 상승으로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을 빚는 사업장이 늘어났고 분양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시장 불확실성에 신규 분양을 기다리기보다 기존주택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면서 자산가들이 상대적으로 개발호재가 많고 가격 하방경직성을 갖춘 초고가 단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지역 안에서도 차별화 양상이 뚜렷해져 인기 단지로 수요가 몰리는 쏠림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