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 확대·수익성 회복 당면 과제
내·외부 2명씩 추려...삼성·애경 출신 눈길
권계현, 중국 총괄 '해외통'..'슈프림 짝퉁' 논란도
이석주, 제주항공 1위 이끈 공신...코로나로 타격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KT&G 차기 사장 후보가 4명으로 압축되면서 최종 후보자 선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외 사업 확대와 수익성 회복이 당면 과제인 만큼 해외법인 경험은 물론 전략·기획 역량을 두루 갖춘 '해외·기획통'이 후보에 오른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와 애경그룹 출신 인물이 줄곧 내부 승진해 온 KT&G 수장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최종 후보자는 이번주 중 선정될 예정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6일 차기 사장 후보 2차 숏리스트 4명을 확정했다. 가나다 순으로 권계현 전 삼성전자 부사장,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이석주 전 AK홀딩스 사장, 허철호 KGC인삼공사 사장이다.
민영화 후 내부 출신이 사장을 맡아 온 KT&G는 이번 후보군 선임 과정에서 외부 인사도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공개모집 응모자 8명과 서치펌 추천후보 6명 등 모두 14명의 외부 지원자를 검토했고, 내부 후보자는 사내 고위경영자 육성 프로그램 대상자 중 10명을 추렸다. 사추위는 모두 24명을 저울질한 결과 내부인사 2명, 외부인사 2명으로 균형을 맞췄다.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선정한 차기 사장 후보 2차 숏리스트 4명. 시계방향으로 권계현 前 삼성전자 부사장, 방경만 現 KT&G 수석부사장, 이석주 前 AK홀딩스 사장, 허철호 現 KGC인삼공사 사장 [사진=KT&G] |
첫 외부 출신 사장을 노리는 후보는 우선 권계현 전 삼성전자 부사장이다. 권 전 부사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대 법학 학사와 영국 에든버러대 국제법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관의 길을 걷다 2005년 삼성전자 홍보팀 상무보를 맡으며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삼성전자 합류 후 글로벌마케팅실 스포츠마케팅그룹장과 무선사업부 동남아PM그룹장 겸 서남아PM그룹장, 중국 총괄까지 맡으며 그룹 내 대표적인 '해외통'으로 불렸다. 갤럭시의 중국 내 미미한 점유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았지만 논란도 따랐다.
지난 2018년 삼성전자 중국법인이 미국에 본사를 둔 의류브랜드 '슈프림(supreme)'과 협업을 발표했는데, 사실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유사 브랜드였던 것. 이탈리아 슈프림은 뉴욕의 슈프림과 상표권을 두고 소송도 벌이고 있었다. 결국 삼성은 해당 프로젝트를 중단한 데 이어 중국법인이 파트너사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따랐다. 권 전 부사장은 이듬해 인사인 2020년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 다른 외부 경쟁자는 '기획통'으로 분류되는 이석주 전 AK홀딩스 사장이다. 1969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와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MBA 석사를 받았다. 이 전 사장은 2008년 애경그룹에 입사해 애경산업과 제주항공에서 마케팅본부장을 맡은 기획·마케팅 전문가다. 2017년 제주항공 대표이사를 맡아 치열한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시장에서 제주항공을 업계 1위로 올려놓았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AK홀딩스 대표이사에 올라 채형석 부회장과 손발을 맞췄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제주항공의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그룹 전체 재무구조에도 악영향을 끼치며 2022년 말 인사에서 물러났다.
내부 출신 인사로는 방경만 수석 부사장이 전면에 섰다. 백복인 사장이 용퇴를 선언하면서 현재 유일한 사내이사로, 유력한 후보군으로 꾸준히 거론된 인물이다. 전략기획본부장, 글로벌(CIC)본부장, 사업부문장 등을 모두 역임하며 기획과 해외 사업 분야에서 고른 경험을 갖췄다는 평가다. 현재 KT&G 총괄부문장과 경영위원회 위원, ESG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1971년생으로, 4명의 후보자 중 가장 어리다. 백복인 사장이 2015년 지금의 방경만 부사장 보다 더 어린 나이(당시 51세)에 사장으로 취임했던 전례가 있어 연륜에 따른 우려도 크지 않다는 평가다. 방 부사장은 글로벌본부장을 맡으며 '에쎄(ESSE)'를 현지 시장 특성에 맞게 출시하는 적극적인 글로벌 확장 정책을 펼쳤고, 전략기획본부장 재임 때 KT&G의 중장기 전략 및 주주환원정책 수립 등을 직접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철호 KGC 사장은 1996년 KT&G에 입사해 26년간 자회사까지 두루 거친 정통 'KT&G 맨'이다. KT&G 입사 후 KGC인삼공사 중국사업실장, 대외협력실장, KT&G 홍보실장, 대구본부장, 남서울본부장(전무) 등을 역임했다. 중국사업 경력을 살려 KGC의 적극적인 중국 진출에 앞장서고 있다.
KT&G 측은 '경영 전문성', '글로벌 전문성', '전략적 사고 능력', '이해관계자 소통능력', '보편적 윤리의식' 등 사장 후보자로서 5대 요구 역량에 부합하는지를 검증해 왔으며 심층적인 논의를 통해 2차 숏리스트를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김명철 사장후보추천위원장은 "앞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KT&G를 한 차원 더 높은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이끌 리더십을 갖춘 최적의 적임자를 선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 후보자는 금주 중 발표될 전망이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