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비 3년간 26% 상승…
공사비 인상 부담에 건설사들 시공사 선정 소극 자세
신반포27차 재건축… 평당 907만원대로 유찰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원자잿값 인상에 따라 건설공사비가 거침없이 오르자 건설업계도 고충에 빠졌다. 시장에서는 공사비가 높다고 불만을 토로하지만 '그 비싸다는' 공사비에도 남는 게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심지어 3.3㎡(평)당 900만원의 '높은 공사비'가 제시됏음에도 사업 수주를 포기하는 업체들이 속속 나올 정도다. 이에 따라 건설공사비 인상에 따른 재정비 사업 수주 시장의 혼란이 이어질 것이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건축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에 나선 단지들이 잇따라 유찰되는 일이 벌어졌다.
서초구 신반포27차 조합이 3.3㎡당 907만원대의 공사비에도 결국 유찰됐다. 지금까지 제안된 공사비 가운데선 높은 수준의 공사비에도 불구하고 입찰이 유찰된 것은 시공사들이 그 정도 공사비를 받아서도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 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뉴스핌] 서울 송파구 가락삼익맨숀아파트 조감도. [자료=서울시] |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153.26(잠정치·2015년 100 기준)으로 1년 전에 비해 3.2% 상승했다.
특히 3년 전인 2020년 말(121.80)에 비해서는 25.8% 상승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인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12.3%)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인건비 역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업 종사자 평균 임금은 2020년 4.7%, 2021년 3.9% 올랐으며 2022년에는 5.5%, 2023년에는 6.7%가 오르는 등 상승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처럼 공사비 상승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건설사들도 정비사업 참여에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서울 요지의 사업지에서도 적정 공사비 책정 등 사업성 확보를 위한 조건들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 유찰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자료=정비업계] |
서울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재건축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입찰에 응한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없어 유찰됐다.
앞서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동부건설, 효성중공업 등 8개 건설사가 참석해 관심을 보였으나, 정작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입찰 보증금을 납부한 건설사는 없었던 것이다.
시공사 선정이 유찰된 이유로는 공사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합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원하면서도 평당 공사비를 810만원으로 제안하다 보니 건설사가 조건을 맞추기 힘들 것으로 판단해 유찰됐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평당 810만원으로는 조합이 요구하는 상품 수준을 맞추기가 어려운 관계로 시공사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고급화를 원하는 단지라면 평당 900만원으로도 쉽지 않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평당 공사비 700만원대면 고급화가 가능했는데 최근에는 공사비가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관계로 평당 공사비 700만원대 수준으로는 일반 브랜드로도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주요 건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크게 올랐는데, 조합에서도 이와 같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합리적인 공사비를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해 조합이 공사비를 올리는 곳도 늘어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당9구역의 경우 평당 742만원에서 840만원으로 공사비 인상을 진행하면서까지 시공사 선정을 진행했으나 3차까지 유찰되는 등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잠실우성4차 재건축 조합 역시 최근 2차 입찰에서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자 평당 공사비를 760만원에서 810만원으로 올려 시공사 재선정에 나설 예정이지만, 평당 공사비를 907만원으로 제시하고도 유찰된 신반포27차 재건축의 사례에 비춰볼 때,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건설사들의 입찰 전망이 부정적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원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 등에 대한 우려로 공사비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향후 제로에너지 정책 여파 등을 고려하면 현재 시점에서는 조합이 공사비를 합리적으로 책정한 다음 시공사를 선정해 사업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는 것이 이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