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한 달 앞으로 다가와
고향 내려가는 대신 평소처럼 공부
행시 경쟁률 낮아진 것 체감 못해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꼭 붙고 싶어"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올해로 3번째 5급 행정고시 시험을 치르는 28살 김진수(가명) 씨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1차 시험 준비를 위해 고향 대신 고시반에 남기로 했다.
올해 행정고시 1차 시험은 다음 달 4일. 앞선 2번의 1차 시험에서 아깝게 떨어진 그는 올해만큼은 부모님께 늦은 명절 선물로 합격 소식을 안겨주고 싶다.
5급 행정고시 삼수생인 김진수(가명)씨의 책상.[사진=독자 제공] |
그는 설에도 쉬지 않고 공부해야 하는 것보다 그간 경제적으로 뒷바라지해주며 응원해 준 부모님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말한다.
김씨뿐 아니라 다른 고시생도 대부분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다. 명절 당일을 제외하면 매일 수업이나 모의고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별 보고 나와 별 보고 들어가는 그의 일상도 명절이라고 달라질 게 없다. 유일한 취미인 운동과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꼬박 13시간가량을 공부한다.
김씨는 "고시 공부 특성상 벼락치기가 가능한 시험이 아니라 평소 공부 시간이나 루틴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아무래도 집에 다녀오면 공부에 집중하던 흐름이 깨진다"고 말했다.
공직 입문 열기가 예전 같지 않아 행정고시 경쟁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소식도 그에겐 체감이 되지 않는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5급 행정고시 선발 평균 경쟁률은 35.1대 1을 기록했다. 경쟁률은 2021년 43.3대 1을 찍고 내려오고 있다.
그는 "경쟁률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그만큼 진입장벽도 높은 시험이라서 허수가 적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문제는 1차 시험 관문을 넘는 건데 5수 이상 장수생을 보면 2차 시험 준비는 돼있는데 1차 시험을 통과 못 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이어 "모의고사 성적도 좋았고, 수능으로 서울 상위권 대학에 한 번에 진학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행시도 열심히 하면 될 거로 생각했다"며 "그런데 막상 두 문제 차이로 1차 시험에서 연속해서 떨어지고 나니 너무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고시를 준비하며 가장 힘든 점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서 들려오는 주변 친구들 소식과 부모님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다.
그는 "벌써 몇 년째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다"며 SNS에 친구들이 여가생활을 즐기는 모습이나 휴가 다녀온 모습을 올리는 걸 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 그럴 때면 1년이란 시간을 들여야 하고, 합격을 보장할 수 없는 고시를 계속 준비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만드는 건 묵묵히 뒷바라지를 해주며 응원해 주는 부모님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다.
그는 "하루에 모든 시간을 공부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용돈벌이도 할 수가 없다. 집안에서 지원을 받아야만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게 부모님께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3년 넘는 기간을 공부만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데 항상 응원해주시는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다"며 "합격하게 된다면 가족들에게 가장 먼저 알리고 싶다"고 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