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장벽과 한국식 위계질서에서 불편함 느껴"
10년 넘게 살아도 친밀한 한국인 친구 얻기 힘들어
"그래도 한국 사회 스며들려면 적극적으로 배워야"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한국 생활에서 첫째로 힘든 것은 언어 문제이고, 두번째는 여러 문화 차이입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공통적으로 대답한 일상의 애로사항이다.
법무부가 발행한 2022년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매년 말일을 기준일로 이듬해 7월 발표)'에 따르면, 2022년말 기준으로 국내 장단기 체류 외국인은 224만 5912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대비 14.8%나 증가했다. 전체 인구 대비로 보면 4.37%에 달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2일 법무부 외청으로 '출입국·이민관리청'을 설립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소멸을 막기 위해 앞으로 적극적인 정부주도의 이민 개방이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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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대명절인 설 연휴 기간 우리나라에 와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은 어떻게 지낼까. 취재진은 서울에서 외국인들이 자주 모인다는 강남 모처의 술집을 찾았다. 그곳에서 복수의 외국인으로부터 한국생활의 힘든 점을 들을 수 있었다.
◆언어 문제와 문화 차이로 고립
인도인 앤디(38) 씨는 IT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4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는 그는 해물파전과 막걸리를 즐겨 먹는다. 한국인 회사 동료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다가오는 설이 반갑지만은 않다.
앤디 씨는 "한국인 친구를 사귀려고 여러 모임에 다녔지만 깊고 의미있는 관계를 만들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대부분의 한국인이 영어에 대한 공포증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말을 걸어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또 "대다수 한국 남자들은 인도와 달리 의무적으로 군 복무를 했기 때문에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만든다"면서 "지나치게 수직적인 사회 분위기가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앤디씨는 "설날에는 집에서 혼자 쉴 계획"이라고 얘기했다.
무역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독일인 엘리사(27) 씨는 한국에 거주한 기간이 1년 반이다. 그가 꼽은 한국생활의 어려움 역시 '언어'와 '위계질서' 문화였다.
엘리사 씨는 "언어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서양인에게 한국어를 할 기회를 잘 주지 않는다"면서 웃음을 보였다. 영어를 못하는 한국인들은 접근해 오지 않고, 영어를 하는 한국인들은 서양인과 '당연하게' 영어로 소통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독일도 사회 규율이 엄격한 나라이다. 독일어에는 한국어처럼 존대어와 반말의 개념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사회 분위기는 독일보다 더 심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오래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언어를 더 열심히 배울 예정이다. 설날에도 혼자서 한국어를 공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섰지만 문화 차이로 좌절을 맛보고 있는 남성도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10년 전에 한국으로 건너온 제임스(34) 씨는 키가 크고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전형적인 앵글로색슨 백인이다. 그는 한국에서 학생들의 야외 체육활동을 진행하는 학원 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어도 한국인처럼 유창하다.
제임스 씨는 "한국 학부모들을 상대하려면 한국어를 사용해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한다"면서 "언어의 장벽은 내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문화적인 차이로 한국 친구를 사귀는데 난항을 겪고 있었다.
제임스 씨는 "운동 모임 등 여러 곳을 나가지만 한국인들과 개인적인 친분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어렵다. 특히 설날과 같이 특수한 날을 함께 보낼 한국 친구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서양인의 유머감각과 한국에서 통용되는 유머감각이 차이가 있고, 오해가 생기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해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지난 1월 출간한 그의 저서인 '다문화시민교육(이해주, 이로미)'에서 외국인들이 한국 사회에 스며들지 못하는 이른바 '유학생 게토(ghetto)화' 개념 등을 소개했다. 우리 사회가 이미 다문화·다인종 구성으로 향하고 있지만 각각의 블록으로 단절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세계화 시대에서는 한 국가에 대한 충성심만이 아니라 세계를 걱정하면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다문화시민성이 필요하다"면서 "지속가능한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로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려면 이들을 맞이하는 시민들도 상호문화적인 이해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며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성공적으로 학업을 완수하려면 먼저 온 이주자 선배들과 연결을 시켜주는 등 기본적 역량을 갖출 수 있는 시작점을 만들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한국을 배우려 노력한다!
언어가 힘들고 외로운 것은 매한가지이지만 적극적으로 한국을 배우려는 외국인들도 많다. 지난 7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청이 운영하는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센터)는 설날을 맞아 외국인들이 한복 입기를 체험하고 세배 문화를 배우는 자리를 마련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안내를 보고 스스로 신청하고 찾아온 외국인은 20여명.
튀르키예 유학생 모하메드(25) 씨는 8개월 전에 한국에 왔다. 그는 대학교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모하메드씨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오늘 행사를 신청했다"며 "한복을 입어보고 싶었다. 또 한국 문화가 좋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인 여자친구와 교제하고 있다"면서 "한국 사회에 들어가려면 결국 적극적으로 한국 문화를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7일 서울시 서초구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 외국인들이 한복과 세배 체험을 하고 있다. |
미얀마인 윈트(22) 씨는 구독자 3만 2000명을 보유한 페이스북 블로거(Dami Channel-다미 채널)이다. 그는 주로 한국 문화를 미얀마에 소개한다.
윈트 씨는 "한국인들은 설날을 가족과 보내지만, 외국인들은 그럴 수가 없어서 슬프고 외로운 감정이 든다"면서도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고 설날에 대해 더 배워보고 싶어서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복을 입고 세배를 실제로 해봐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날 센터와 함께 한복체험 교육을 진행한 비영리 민간단체 한국의정신과문화알리기회(KSCPP)의 송혜경 상임이사는 "외국인들이 한국 사회에 스며들려면 결국은 다양하게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면서 "그러한 과정 가운데서 친구들을 사귀고 한국 사회에 적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