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돌아가는 유기동물 센터…명절에도 쉴새없어
부산에서 올라와 지인 없는 남양주서 일해
일하는 동력은 '유기견과 교감'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김희선(32) 씨가 2년 전 장만한 자동차는 올해 막 주행거리 5만km를 넘어섰다. 중고로 구매해 4만km부터 시작한 차였다. 희선 씨가 가는 곳은 정해져 있다. 경기도 남양주 대성리에서 10분을 달려 동물자유연대로 출퇴근하는 것이다. 희선 씨의 희노애락은 전부 11평(36㎡) 집안에서 펼쳐진다.
희선 씨는 남양주에서 유기견들을 돌보기 전의 자신은 조금 달랐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거주하던 당시에는 퇴근한 후 부산 하단동과 서면, 광안리를 돌아다니면서 놀았다. 친구들과도 자주 연락하며 지냈다. 아는 사람들을 전부 부산에 놓고 온 지 4년째. 희선 씨의 일상은 조금 단조로워졌다. 집밖을 나가도 특별히 아는 사람이 없다.
이번 설날도 혼자 보낼 생각이었다. 휴무 일정을 명절에 맞춰 조정할 수 없어서였다. 작년에도 재작년도 희선 씨의 설날은 그런 식이었다. "너는 내가 죽어도 안 올 년이다" 희선 씨의 설 계획에 대해 친구들의 반응이었다. 농담조였지만 섭섭한 마음이 섞여 있었다.
[사진=동물자유연대] |
유기동물 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일은 흔하다. 동물을 365일 밀착해서 돌봐야 하다 보니 쉬는 날이 고정돼 있지 않다. 쉴 수 있는 요일도 매번 바뀌고,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돌아가면서 쉬다 보니 일정 변동이 크다.
바쁜 일상 속에서 다른 건 생각할 겨를이 없기도 하다. 220마리의 개가 모여있는 동물자유연대는 활동가 십여명이 모여도 매일 바쁘다. 출근해서 대소변을 치우고 아침밥을 주고 견사를 청소한다. 오후에는 산책을 나가고 목욕을 시키고 귀 안쪽을 청소하고 발톱도 깎는다. 여름에는 미니 수영장을 깔아주고 겨울에는 솜이불을 깔아주는 분주한 일상. 1000평(3305㎡)의 부지에서 희선 씨와 동료들은 열심히 돌아다닌다.
그 와중에도 희선 씨는 자주 홀로 된다. 점심에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을 갖고 오는 어떤 활동가들을 보면서도, 혼자서 싸온 인스턴트 음식이 물린다고 느낄 때도 그랬다.
왜 이렇게 멀리까지 왔냐는 질문에 희선 씨는 "좋아하는 일이니까"라는 말을 반복했다. 동물병원에서는 반려견들은 주인을 기다리면서 문 쪽만 봤다. 아픈 와중 처치를 하는 희선 씨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희선 씨는 유기견 센터에서는 개들이 자신에게 온전히 의지하는 게 좋았다. 숨기 바쁘던 아이들이 꼬리를 흔들고 반겼다.
어쩌면 이번 설은 조금 달라질 것이다. 1년 전부터 활동가들 특별한 날 파티를 열게 됐다. 지난 파티는 크리스마스날 점심이었다. 유부초밥과 김밥, 비건 닭강정과 잡채, 케이크와 에그타르트가 어쩐지 어색하게 식탁에 놓였다.
희선 씨가 부산에 놀러오지 않는다고 서운해하던 친구들은 이번에 시간을 내 대성리로 직접 오겠다고 했다. 희선 씨는 차를 끌고 친구들에게 북한강을 구경시켜줄 것이다. "친구들 밥 먹이고 카페 가서 수다떨고, 저희 집 와서 술 마시고 그러고 잘 거 같아요." 희선 씨가 부산에서 영위하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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