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교사' 채용두고 상반된 입장
학교서도 교육청 채용 난색 표하기도
"교육부 불통 행정 탓 현장 괴리 정책"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간 엇박자에 오는 3월 전면 시행을 앞둔 '늘봄학교'가 시작 전부터 잡음이 나오고 있다. 업무 지원 범위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늘봄학교 시행으로 인한 기간제교사 채용 등 교사에게 관련 업무를 떠넘기지 않겠다고 했지만,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교육부 지침을 전부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7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경북, 대전, 부산, 인천, 충남 교육청에서는 늘봄학교 기간제 교사 채용으로 교육청 채용, 개별학교 채용 두 가지 방식을 여전히 진행하고 있어 교육부 지침과는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었다.
[서울=뉴스핌]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도 하남 신우초등학교에서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 주제로 열린 아홉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앞서 늘봄학교 방송댄스 프로그램을 참관하며 학생들과 댄스동작을 함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4.02.05 photo@newspim.com |
앞서 교육부는 기간제 교사 채용을 비롯해 현장 교원에게 늘봄학교 업무 전가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늘봄학교 기간제 교사 채용은 교육청에서 하는 게 원칙"이라며 "학교장과 교사가 계약을 체결하기 전 단계인 공고, 서류접수, 수업 시연 등 절차 모두를 교육청이 담당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학교가 자체 늘봄학교 기간제 교사 채용 업무를 할 경우 채용 업무는 결국 교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기간제 교사 채용 업무는 교감 담당이지만, 구인난이 심해 교감에게서 교무부장, 평교사 순으로 인력을 구하라는 압박이 가해진다는 것이다.
충북 지역 초등학교 교사 A씨는 "늘봄학교의 경우 업무 부담이 크다는 인식이 있어 지원자를 찾기 어려울 게 뻔해 교사들 사이에서 '분명 채용 업무는 우리 일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크다"며 "매번 기간제 교사 채용 때마다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 '은퇴한 선생님 좀 아냐', '교대 졸업생 중 쉬고 있는 사람이 있냐'며 수소문하는 게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당 5개 시도교육청에서는 학교장이 학교 자체 채용을 원하는 경우도 있어 전면 채용 대리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학교장이 대리 채용을 원치 않는다", "학교에서 원하는 사람을 구하고 싶어 한다", "학교에서 대리 채용을 신청하지 않으면 강제할 수 없지 않겠냐"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늘봄학교 기간제 교사를 어떤 식으로 뽑으라는 지침은 특별히 없었다"며 "협의는 있었지만 강제 사항은 아니었다"고 말해 교육부 설명과는 다른 말을 하기도 했다.
부산 지역 초등교사 B씨는 "지난해 2학기 늘봄학교 시범운영시 교육청에서 퇴임 교원을 기간제 교사로 뽑아 학교에 보내줬는데, 컴퓨터로 해야 할 행정업무를 하지 못해 (기존 교원인) 방과 후 부장이 대신 업무를 했다"며 "이런 일이 많아 부산에서는 학교가 교육청을 믿지 못하고 자체 채용하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부산교육청 관계자는 "부산 시내 학교를 직접 방문하는 설명회를 통해 늘봄학교 기간제 교사 채용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하고 있다"며 "학교가 자체 채용을 희망하더라도 업무 부담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체 채용 공고를 낸 학교를 찾아 부산교육청이 채용을 대리할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에서 아침 7시부터 부모가 퇴근하는 저녁 8시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프로그램이다. 교육부의 늘봄학교 추진방안에 따르면 우선 올해 1학기에는 전국 2000여개 학교에서, 2학기부터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 원하는 초등 1학년 학생은 모두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다. 내년에는 늘봄학교 이용 대상을 초등 1~2학년, 2026년에는 초등 1~6학년으로 더 확대한다. 2024.02.05 yooksa@newspim.com |
교사들은 교육부의 불통 행정 탓에 현장 상황과는 상이한 정책이 시행된다고 지적했다.
전남 지역 초등교사 C씨는 "수도권, 전남, 경남 등 지역별 상황이 다른데 교육부에서는 전국이 똑같은 준비가 된 것처럼 당장 3월부터 늘봄학교를 시행하라고 강제한다"고 했다. 이어 "교육부는 지역 실정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늘봄학교 정책이 완벽한 것처럼 말한다"며 "현장 교사도, 교육청도 교육부를 말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한다"며 소리를 높였다.
경북 지역 초등학교 교사 D씨는 "늘봄학교 시범 운영 당시 방과 후 강사를 구하지 못해 기존 교사가 수업을 맡고, 농어촌 지역은 저녁 식사 업체를 구하지 못해 간편식으로 대체하는 등 파행 사례가 빈번했다"며 "이 같은 상황을 교육부에 전달하자, 교육부는 경북교육청, 교사노조 세 기관이 함께 만나 이야기해 보자고 했지만 결국 실천에 옮기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 5일 이 부총리는 '2024년 늘봄학교 추진 방안'을 발표하며 "과거에는 (교육부가) 불통 부서로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은 소통 중심, 현장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는 시도교육청 교사노조와 만나 소통하고 있다"며 "시도교육청이 현장과 소통하고 있는지는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