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평균 낙찰률 38.8%로 전달(24.3%) 대비 껑충
가격 조정에 토지거래허가 규제 면제 장점
거래부진, 미분양 확산에 대세 회복은 지켜봐야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주택경기 냉각에 투자심리가 극도로 가라앉았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 경매시장이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반등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집값 하락과 경매 유찰로 감정가액이 조정을 받자 시세 대비 저렴하다고 판단한 투자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만 거래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경매시장의 본격적인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저가 매수세 유입에 낙찰률 전달대비 15%p 급등
5일 대한민국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3구 아파트의 경매 낙찰률이 평균 38.8%로 전달(24.3%) 대비 14.5%p(포인트) 상승했다.
강남3구 중 낙찰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송파구다. 아파트 13건이 경매시장에 나와 7건이 주인을 찾았다. 낙찰률이 53.8%로 전달(36.4%) 대비 17.4%p 높아졌다.
강남구는 아파트 17건 중 47.0%인 8건이 낙찰됐다. 지난달 아파트 13건 중 낙찰된 건수는 2건(15.4%)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표가 대폭 개선됐다. 서초구는 19건 중 4건이 주인을 찾아 낙찰률 21.0%를 기록했다. 전달(23.1%)과 비슷한 수치로 강남3구 중 낙찰률이 가장 부진했다.
경매시장 지표 상승은 지속된 유찰로 몸값이 낮아지자 경매시장에 관심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강남3구 아파트의 경매 낙찰률이 20%대로 내려앉아 지난 4월 이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매물건 10건 중 2건 정도만 주인을 찾은 셈이다.
강남3구의 경매 낙찰률은 지난해 1월 정부가 주택시장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한 이후 반등세를 탔다. 집값 상승과 맞물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5월 27.3%에 불과하던 아파트 낙찰률은 6월 33.3%로 상승하더니 7월에는 연중 최고치인 50.0%를 기록했다. 2건 중 1건이 새로운 주인을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8월 47.8%로 보합세를 기록하다 9월 36.1%로 하락했고, 10월과 11월 각각 30.4%, 28.7%로 주저앉았다
낙찰률이 하락하면 경쟁 및 낙찰가액이 낮아져 상대적으로 투자 메리트가 높아진다. 지난달 감정가 19억원이던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은 전용 86㎡가 한 차례 유찰된 끝에 17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의 90.5% 수준으로 현재 시세 19억~21억원와 비교하면 2억원 이상 저렴하다.
강남구 수서동 동익아파트 전용 84㎡도 한 차례 유찰된 데 이어 감정가의 82.5%인 13억7100만원에 낙찰됐다. 현재 매도호가가 15억~16억원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세대비 1억5000만원 정도 저렴하게 주인이 바뀐 셈이다.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것도 경매 투자의 장점이다. 강남3구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도 경매를 통해 매수를 하면 실거주 의무가 면제된다. 직접 거주하지 않고 전세를 낀 '갭투자'가 가능한 것이다.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 완화로 재건축, 재개발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 거래부진, 미분양 확산에 분위기 급반전 '부담'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경매 낙찰률이 반짝 상승했으나 대세적인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부동산 투자심리가 부진해 거래시장 지표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의 거래건수는 1790건으로 전달 2417건 대비 26.0% 감소했다. 거래량이 극도로 부진했던 연초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연중 최고치인 6월(4136건)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분양 열기가 높았던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1만31가구로 한달새 43.3%(3033가구) 불어났다. 인천은 전월(1298가구)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3270가구로, 경기는 전월(4823가구) 대비 20.3% 늘어난 5803가구로 나타났다. 서울도 81가구에서 958가구로 치솟았다.
지지옥션 이주현 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 규제에서 자유롭고 감정가 및 낙찰률 하락으로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이 증가하자 저가 유입세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주택경기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 경매시장의 대세 회복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