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 만든 후 20영업일 지나야 타계좌 개설
금융사, 금융당국 폐지에도 자율 적용
진입 장벽인데 금융범죄 예방 순기능 강조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 한 저축은행 파킹통장(수시입출금통장)을 이용했던 직장인 A씨는 지난 10일 증권사에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통장을 개설했다. 증권사 CMA 금리가 이용 중인 저축은행 파킹통장 금리보다 높아서다.
이후 A씨는 한 시중은행에서 나온 연 7% 특판 적금 상품을 발견했다. A씨는 이 특판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던 중 적금통장을 만들 수 없다는 문구를 확인했다. 지난 10일 CMA 통장 개설 이후 20영업일이 지나지 않았던 탓이다.
연초 금융권에서 연 4~7% 금리를 제공하는 예·적금 상품을 내놨지만 재테크족 사이에서는 특판 상품이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고금리 상품을 찾아 통장을 개설했다가 이른바 '20일 룰'에 걸려 특판 상품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3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과 저축은행, 상호금융, 새마을금고와 같이 예·적금 등 수신 업무를 하는 금융기관에서는 '단기간 다수 계좌 개설 제한'을 유지하고 있다. 주식 투자를 위해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증권사에서도 이 제한을 유지 중이다.
고객이 은행 창구에서 상품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우리은행] |
'20일 룰'이란 한 금융사에서 계좌를 만들면 20영업일이 지나야 다른 금융사에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다. 금융당국은 2010년 금융범죄에 활용되는 대포통장을 근절하기 위해 행정지도 방식으로 이 규제를 도입했다.
문제는 이같은 규제가 금리 변동기에 예·적금 갈아타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20영업일 규제는 사실상 한 달에 계좌 1개 개설만 허용하므로 짧은 기간 가입자를 모집하는 특판 금융 상품 가입을 가로막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을 보면 BNK부산은행은 우대금리 적용 시 최고 연 8.90%(기본금리 연 2.40%) 1년 만기 적금을, IBK기업은행은 최고 연 7.00%(기본금리 연 3.00%) 1년 만기 적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Sh수협은행은 우대금리 적용 시 최고 연 4.12%(기본금리 연 3.07%) 1년 만기 예금 상품을, DGB대구은행은 최고 연 4.05%(기본금리 연 3.40%) 1년 만기 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타은행 신규 계좌 개설 20일이 지나지 않으면 비대면 특판 상품도 가입할 수 없다"며 "20영업일 지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회초년생처럼 월급통장, 주택청약통장, 파킹통장, 예·적금 통장, 주식 투자 계좌, 연금저축계좌, 퇴직연금계좌(IRP) 등 다수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20영업일 제한이 금융상품 이용 진입 장벽이 되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20영업일 제한은 사실상 금융권에서 자율 적용이라고 설명한다. 2020년 공식적으로 행정지도가 폐지됐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증권사 비대면 계좌 개설 후 20영업일이 지나지 않아 은행 비대면 계좌를 개설할 수 없다고 은행에서 안내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2024.01.31 ace@newspim.com |
하지만 금융권에선 고객 불편이 있지만 금융범죄 예방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이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통장을 다수 개설하고 예금도 유치하면 실적에는 좋지만 금융사기도 있어서 제한 없이 발급할 수 없다"며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조치로 유지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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