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지원 사업과 무전공 학과 연계
인기 전공·대학 간 서열화 우려 등 지적
[서울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정부가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한 후 일정 학년이 지나면 학생들에게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는 '무전공' 선발 제도를 사실상 대학에 요구하는 가운데 교수 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7개 교수 연대회의는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대학에 대한 무전공 선발 강요 정책을 비판했다.
그동안 정부는 대학을 대상으로 대학혁신지원사업, 지방대학 활성화사업 등 지원 사업을 펴왔다. 특히 올해 고3이 되는 학생들의 대입부터 무전공 입학 확대가 추진 중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교수연대회의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정부의 무전공·무학과 제도 강제 정책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24.01.23 pangbin@newspim.com |
최근 정부의 정책연구 시안을 살펴보면 대학은 일부 계열을 제외하고, 입학 후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유형1과 계열·학부 등 광역 단위로 모집한 후 광역 단위 내 모든 학과별 정원의 150% 범위 내에서 전공을 선택하는 유형2를 검토 중이다.
또 정부는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해 무전공 학과 운영하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형1과 유형2를 혼합하는 경우 2025학년도부터 국립대는 25% 이상을, 2026학년도부터는 30% 이상을 각각 선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교수단체는 "국립대학 육성사업을 통해 무학과제도 도입을 더욱 노골적으로 강제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현재 전공 중심 체제에서도 학생들은 전공 선택권이 없는 것이 아니다"며 "전과, 복수전공, 부전공, 마이크로디그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가 원하는 전공으로 바꿀 길이 열려 있다"고 정부의 정책 추진 배경을 반박했다.
또 "현재 일부 자유전공학부로 선발하고 있지만, 실패한 사례가 많고 실시하더라도 매우 제한적 규모로 시행하고 있다"며 "선진국들을 봐도 대규모로 무전공 제도를 운영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무전공 제도가 기초학문의 고사, 대학의 파행적 운영, 학사관리 방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내놨다.
이들은 "학생들은 본인이 좋아하는 공부가 아니라 소위 사회가 이야기하는 인기 전공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특정 전공에 편중된 시스템으로 구조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수의 학생이 어려운 교과목보다는 듣기 쉬운 교과목을 듣고 전문성 없이 졸업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교수단체는 "소수의 일부 학생은 커리큘럼을 짤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대다수 '인기 전공'의 졸업장을 따기 위한 수단으로 무전공 제도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대학 간 서열화 우려도 지적했다. 이들은 "무전공 제도의 대규모 시행은 소위 '상위권' 대학으로의 학생 쏠림을 강화할 것"이라며 "지역대학의 미달을 방치한 후 소멸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정책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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