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미약 주장했으나..."범행과정서 사물변별능력 확인"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거주 중인 집을 담보로 1000만원의 대출을 받아달라는 요구를 거부하자 흉기로 아내의 머리를 내리쳐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7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 징역 20년형을 확정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2월 아내 B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화가 난다는 이유로 흉기로 아내의 머리를 내리쳐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당시 A씨는 B씨 명의로 된 아파트를 담보로 1000만원의 대출을 받아달라고 요구했는데 B씨가 이를 거절하자 다툼이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B씨는 식당일을 하며 모은 돈으로 해당 아파트를 매입한 반면, A씨는 일정한 직업을 갖지 않아 별다른 소득이 없는 상태였다. 열등감에 사로잡힌 A씨는 술에 취하면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B씨를 때리고 수년 전부터는 알코올 중독으로 폭력적 행동이 더욱 심해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이 사건 범행 당시에도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알코올 의존증후군 등으로 입원치료를 받은 사실 등은 인정되지만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베란다로 나가 그곳 수납장에 있는 흉기를 꺼냈고 피해자를 살해한 뒤 다시 베란다 수납장 부근에 가져다 놓았다"며 "범행도구의 이용과정 등에서 피고인의 사물변별능력이 충분히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피고인은 범행 직후 배우자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의하면 피고인은 당시 자신이 저지른 행위를 이해하고 그 윤리적 의미를 판단하는 의사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배우자를 살해하는 행위는 가장 존엄하고도 중대한 법익인 사람의 생명을 박탈함과 동시에 혼인관계에 기초한 법적·도덕적 책무를 원천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라며 "또한 남아있는 자녀들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를 남겨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질책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고령인 점,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