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올해 AI 관련 예산 편성
재판 지원·양형 분석 시스템 고도화
일선 판사들 '긍정적'…우려 시각도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대법원이 재판과 양형 분석에 'AI(인공지능)'를 활용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판사들의 업무 부담이 줄어들고 재판 지연 문제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모인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올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건을 관리하고 재판을 지원하는 AI 모델 구축과 양형기준 운영점검시스템·양형정보시스템 고도화를 위한 예산을 편성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지난 15일 취임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또한 재판 지연 문제를 언급하며 해결 방안으로 AI 도입을 제시했다.
천 처장은 "재판과 민원업무의 인공지능 활용 등과 같이 일상적 대국민 사법서비스 편의성의 획기적 개선을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미래세대의 가치와 시각에서 재판지연을 해소할 수 있는 창의적 방안도 연구, 도입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판사들의 재판 업무를 지원하는 AI 모델이 구축되면 판례 분석과 자료 조사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어 재판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법원 '차세대 전자소송 추진단'은 재판을 맡은 판사에게 유사 사건들의 판결문을 분석해주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유사한 사건의 하급심 판례를 찾는 단순한 업무는 이제 AI에게 맡겨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며 "판사들의 업무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재판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 또한 "판사 증원이 시급하지만, 당장 인원을 늘리기 어렵다면 AI를 활용해 업무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양형 시스템에 AI가 반영된 고도화 작업을 진행해 법관과 양형자료 분석관의 업무를 효율화 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2007년 양형위원회 출범 이후 양형기준 설정 범죄군이 46개군으로 증가했고, 벌금형 양형기준도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이에 형사법관과 양형자료 분석관의 업무 부담이 증가하면서 업무 보조 시스템의 고도화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양형 정보와 형사사건의 죄명, 법정형, 양형기준, 유사 사례 등의 기본 정보를 AI에게 학습시켜 자동으로 추출되게 하면 재판서 작성 업무의 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AI를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오세용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양형기준 수립과 인공지능은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통계적 추론을 하는 귀납적 방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통계분석 과정에서 머신러닝, 지도학습 등을 통해 더 신속하고 정확한 자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AI 도입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AI가 재판을 지원하는 역할은 할 수 있더라도 판사를 대체할 순 없다는 이유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AI를 통해 재판 업무에 도움을 받을 순 있겠지만, 최종 판결을 하는 데 활용하는 것은 공정성과 신뢰를 담보할 수 없어 위험하다"며 "재판 업무에 있어서 AI의 영역이 확대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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