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의 기획전시 '필묵변혁'이 '필(筆)과 묵(墨), 그리고 변혁(變革)'이라는 키워드로 한국 수묵화의 발전 가능성을 제시한다.
오는 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전시는 한국화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남천(南天) 송수남(1938-2013)과 소정(素丁) 황창배(1947-2001)의 작품을 통해 수묵화는 '직접 감상해야 제 맛이다'를 증명해 보인다. 관람객들은 종이 위에 펼쳐진 먹선을 훑으면서 힘과 리듬을 느끼기도 하고, 작품 감상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이는 수묵화의새로운 재미를 찾아내기도 한다.
문이원-a black dance-2111a, 지름120cm, mother of pearl on wooden panel, 2021 [사진=세종문화회관] |
'한국 수묵화 운동 주역' 송수남과 '한국화의 이단아, 테러리스트' 황창배
'필묵변혁'은 한국화의 확장과 새로운 입지를 구축한 남천 송수남과 소정 황창배의 작품을 최초로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송수남의 수묵화는 먹을 넘어 산수화에 현대적 조형성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송수남은 서양화 재료인 아크릴을 수묵 작업에 도입해 장르를 넘나들고 산수화에서 추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험을 지속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남천 송수남의 대표작과 그간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작품 등 총 42점을 만날 수 있다.
황창배는 "새로운 미술담론을 주도, 시대변화에 따른 다양한 실험과 시도로 한국적 신표현주의를 모색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작가다. 그는 한국화 전통에서 벗어나 아크릴과 유화물감, 연탄재, 흑연 가루까지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고, 물감을뿌리거나 나이프로 긁고 종이를 오려 붙이는 등 기법도 수묵화에 도입했다. 황창배의 작품은 정체되고 변방으로 밀리고있었던 한국화의 지형을 바꿔놓았다. '한국적 이미지를 찾고 드러내는 작업, 그것이 저의 관심'이라고 한 황창배는 전통필묵법을 지키면서도 자신만의 화법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황창배가 구축한 필묵변혁의 여정을 담은 42점을 소개한다.
김형진, 맛있는 산수(빙수),90.9x72.7cm,캔버스에아크릴과슈,2023 [사진=세종문화회관] |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알아가는 '수묵화의 현대적 진화과정'
현재와 미래의 수묵화는 어떤 모습일지 알아보기 위해 오늘날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의 수묵화를 살펴보는 '아티스트토크' 시간도 이어진다. 11일까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에는 박현욱, 문이원, 성인제, 김형진 작가가 차례차례 관람객들과 만나 작품 소개와 함께 '나에게 한국화란?'이라는 화두로 이야기를 나눈다.
'필묵변혁'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 2관에서 오는 14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입장마감 오후 6시 30분)까지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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