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1. 충남 천안에 거주 중인 주부 이모(33) 씨는 얼마 전 생후 8개월 된 자녀와 독감 예방접종을 위해 소아과에 갔다 10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출퇴근 시간대를 피해 낮에 방문했지만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병원 안내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원래도 기본 30~40분은 기다렸는데 독감이 유행하면서 1.5배는 더 기다리는 것 같다"며 "특히 출퇴근 시간대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진료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2. 서울 영등포구에 살고 있는 직장인 여모(36) 씨는 소아과 진료를 '전쟁'에 빗댔다. 아침마다 맞벌이 중인 남편과 번갈아 '소아과 오픈런'을 한다는 그는 "감기 환자가 많아지면서 요즘은 진료 시작 30분 전에 가도 이미 10명 넘게 대기 하고 있더라"라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부모들이 뛰어가고, 진료 예약 어플에서도 조금만 늦으면 대기순번이 50번대로 밀린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서울 금천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에 진료를 기다리는 환아와 보호자들. 2023.10.26 dosong@newspim.com |
최근 인플루엔자(독감) 등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면서 '소아과 오픈런' 현상이 극심해진 가운데 의사들 사이에서 소아과 기피 현상이 지속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소아과 의사 확충과 관련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28일 의료계 및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내년도 상반기(1∼6월) 전공의 1년 차 모집 결과 소아청소년과(소청과)는 24개 진료과목 중 지원율이 가장 낮다. 소청과는 총 모집 정원 206명 중 54명을 선발해 정원 대비 전공의 확보율 26.2%를 기록했다.
지방에 비해 비수도권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비수도권 지역의 소청과 전공의 정원 85명 중 확보된 인원은 10명으로, 확보율은 11.8%에 불과하다. 수도권은 121명 모집에 44명을 확보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정부에서 의료 행위로 발생한 결과에 대한 민형사 면책을 부여하고, 최소한 병원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보상을 해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이상 상황은 더 나빠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소아과 수가가 1만5000원인데 일본이 7만원, 호주가 29만원, 미국이 27만원 정도로 차이가 극심하다"며 "수가 인상은 수입을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닌 직원 인건비와 건물세 등 최소한의 유지 비용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더 큰 문제는 아예 대가 끊길 상황에 처한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뿐만 아니라 소아안과, 소아흉부외과, 소아비뇨기과 등 줄줄이 망하게 생겼다"며 "미숙아 출산, 고령 출산이 늘고 있는 만큼 아이들에게도 건강상 문제점이 많이 생기는데 이를 봐줄 수 있는 의료 인력이 없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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