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에서 대중적인 뮤지컬로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를 만난다.
서울시뮤지컬단(단장 김덕희)은 오는 30일까지 세종 M씨어터에서 '맥베스'를 공연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조금 더 친숙하고 대중적인 뮤지컬 넘버로 풀어내 100분간의 간결한 서사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서울시뮤지컬단 '맥베스' 하이라이트 시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 쉽게 풀어낸 셰익스피어 고전의 매력…배우들 연기투혼 빛나
노르웨이의 침략에 맞선 스코틀랜드의 장군 맥베스(성태준)는 완전히 수세에 몰리고, 아버지와 죽은 아들의 환영에 시달린다. 마지막 힘을 짜내 승전보를 울렸으나 돌아온 건 변방 영주 자리 뿐이다. 맥베스의 상심을 알아챈 맥버니(이아름솔)는 그를 부추겨 왕위를 찬탈하고자 하고 원하던 자리에 올랐으나 두 부부는 의심과 불안에 시달린다.
맥베스 역의 성태준은 넓은 음역대와 탄탄한 성량으로 주인공의 존재감을 제대로 세운다. 탐욕에 이글거리거나, 지나치게 진실되지도 않은 인물 맥베스는 단지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이다. 첫 장면인 전쟁신에서 모든 것을 내걸고 나서는 맥베스의 의지를 성태준의 단단한 눈빛과 목소리가 뒷받침한다.
서울시뮤지컬단 맥베스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이아름솔은 레이디 맥베스, 맥버니 역을 맡아 때로는 악녀처럼 부추기면서도 때로는 엄마같은 품으로 맥베스를 끌어안는다. 풍부한 고음과 화려한 음색이 '맥베스'의 듣는 재미를 책임진다. 맥베스와 맥버니의 널뛰는 감정 연기와 함께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넘버들은 시시각각 분위기를 바꾸고 극을 탄탄하게 이끌어나간다. 앙상블과 함께 각 영주를 열연한 서울시뮤지컬단 단원들의 기량도 무대를 풍성하게 채운다.
◆ 탁월한 인간 심리 묘사와 삶에 대한 고찰 담아…첫 뮤지컬화 의미
뮤지컬 '맥베스'의 장점은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직관적으로 원작을 풀어냈다는 점이다. 가사 역시 반복과 직접적인 비유를 활용해 전 세대가 즐길 수 있게끔 셰익스피어 작품을 무대화했다. 넘버와 합이 잘 맞는 배우들의 풍성한 연기 덕분에 이 뮤지컬만 보고도 셰익스피어가 얼마나 인간 심리 묘사에 탁월한 작가인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서울시뮤지컬단 '맥베스' 하이라이트 시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맥베스'가 비극인 이유는 왕좌가 전쟁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맥베스와 맥버니는 전쟁을 끝내려 왕위를 탐했으나, 이후에도 전쟁같은 삶을 살아가게 된다. 피로 얻은 자리는 피로 대가를 치르게 되고, 영원히 반복되는 인간 욕망과 권력 다툼의 말로를 모두가 목도하게 된다.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스스로 고민하게 하는 고전 작품의 묘미를 여전히 느낄 수 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