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증권사 채권형 랩·신탁 운용 점검 결과 발표
객관적 가격 산정·손해배상 절차 통해 환매 방침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증권사들이 채권형 랩·신탁 상품을 운용하면서 '돌려막기'로 고객 손익을 다른 고객에 수천억원씩 전가하는 위법적 영업 행위를 해오다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번에 적발된 위법행위를 엄정조치하고 운용상 위법행위로 손실이 발생한 랩·신탁 계좌에 대해서는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업계가 협의해 객관적인 가격 산정 및 적법한 손해배상 절차 등을 통해 환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18일 금감원은 올해 5월 이후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 NH투자증권 등 증권사 9곳의 채권형 랩·신탁 업무 실태를 집중 점검한 결과 다수의 위법사항과 리스크 관리‧내부통제상의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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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증권사의 경우 다른 증권사와 총 6000회 이상의 연계·교차거래를 통해 특정 고객 계좌의 기업어음(CP)을 다른 고객의 계좌로 고가에 매도해 5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고객 간 전가했다.
채권형 랩어카운트 및 특정금전신탁은 증권사가 고객과의 1대 1 계약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이다. 펀드와는 달리 개별 고객의 투자목적과 자금수요를 감안한 단독 운용이 특징이다. 금융투자업자는 원칙적으로 투자자에게 일정한 이익을 사후 제공해서는 안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는 시장상황 변동으로 랩‧신탁 만기 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지자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의 결정 하에 고객 계좌의 CP를 고가 매수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제공했다"면서 "일부 증권사는 고객과의 계약으로 정한 편입자산의 잔존만기, 신용등급 등을 위반해 랩‧신탁을 운용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제3자 이익도모와 사후 이익 제공, 위법한 자전거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펀드 운용 등의 위법 사례가 무더기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행위를 신속히 조치해 랩‧신탁 시장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가격의 거래를 통해 고객에게 손해를 전가한 행위는 판례에 따를 때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는 중대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주요 혐의사실을 수사당국에 제공할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운용상 위법행위로 손실이 발생한 랩·신탁 계좌에 대해서는 금투협회와 증권업계가 협의해 객관적인 가격 산정 및 적법한 손해배상 절차 등을 통해 환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