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구매·공급망 전문가
전동화 수익성 개선·현대차그룹 외 매출 향상 등 과제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현대모비스 신임 사장으로 이규석 현대차·기아 구매본부장이 선임됐다. 그동안 현대모비스의 대표직에는 현대자동차그룹 측 엔지니어 출신 인사들이 주로 임명돼 왔다. 때문에 이번 이 사장의 인사에는 정의선 회장의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는 것이 그룹 안팎의 분석이다.
이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대표적인 구매·공급망 전문가로 꼽힌다. 이 사장은 현대차그룹에서 의장전장부품구매실장, 구매전략실장, 현대차·기아 구매1사업부장, 차체샤시부품구매실장, 현대차·기아 구매1사업부장, 현대차·기아 구매본부장을 지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등 주요 부품 수급이 어려운 공급망 위기에서 중요 전략 자재를 적시에 확보하며 완성차 및 차량부품의 생산 운영 최적화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은 "팬데믹과 국제정세 불안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다각적인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 [사진=현대차그룹] |
실제로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어려움을 겪던 2021년과 2022년 각각 6조6789억원, 9조819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출고난을 피할 수 없었지만 최고 실적을 매년 갈아치운 것이다. 이는 이 사장이 공급망 문제에 기민하게 대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사장은 현대모비스에서도 공급망 전문가의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부품업계에서 독일 보쉬, 일본 덴소, 독일 ZF, 캐나다 마그나에 이어 5위에(배터리업체 제외) 올랐다. 지난해 경쟁업체인 일본 아이신을 꺾고 처음으로 5위에 오른 것이다. 4위권과의 격차도 크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톱4 이상이 목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처음으로 글로벌 부품업체 5위에 오른 바탕은 전동화 덕분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전기차 판매량은 966만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6.4% 늘어난 수치다.
현대모비스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시대를 맞이해 관련 투자를 꾸준히 진행해왔고 전동화 부품 중심으로 수주가 늘고 있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등 미래차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3년 연속 연구개발 분야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에 집중돼 있는 매출을 타 브랜드까지 확장하는 것도 이 사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올해 3분기 현대모비스의 현대차, 기아 매출 비중은 78.6%다.
긍정적인 부분은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를 상대로 한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올해를 시작하면서 글로벌 고객사 대비 핵심 부품 수주 목표 금액을 53억6000만 달러로 설정했는데 3분기에 85억7000만 달러로 초과 달성했다.
현대모비스는 전동화 핵심부품, 차세대 샤시 기술, 커넥티비티를 3대 솔루션으로 유럽 수주를 2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매년 30% 이상의 매출을 확대해나간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이 사장이 가진 '공급망 전문가'의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유럽에서 판매되는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에 들어가는 샤시 모듈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대모비스는 유럽을 포함한 해외 주요 고객사의 비중을 늘리면서 글로벌 부품사 '톱5'라는 성적을 넘어서겠다는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50조원을 돌파했다. 2020년 이후 매출은 40% 이상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1%로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더뎠다. 이는 가장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전동화 영역에서 수익성 개선이 더디기 때문이다. 전동화 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공급선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것 또한 이 사장의 과제로 보여진다.
이 사장은 구매·공급망 전문가로 그간 엔지니어 출신이 중용되던 관례를 깨고 현대모비스 신임 사장에 올랐다. 이규석 사장 체제의 현대모비스가 전동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부품업체 톱4 이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ori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