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건설 사장 3년 만에 부회장 승진...경영 '원톱' 나서
영업이익 급감, 미분양 확대 등 재무 리스크 해결해야
건축·건설 비중 75% 편중...사업다각화·체질개선 요구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실적 부진에 재무 경고등이 커진 금호건설이 재벌 3세인 박세창 부회장 체제에서 해법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최근 발표된 2024년 금호건설 임원 인사에서 박세창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동안 서재환 금호건설 사장이 CEO(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 오너가인 박 부회장은 기업 경영에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서 사장의 퇴진과 박 부회장의 승진이 맞물리며 오너3세가 전면에 나서는 '원톱 체제'를 구축했다.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 기업 실적이 급격히 하락한 데다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추락해 기업 경쟁력도 악화했다. 지방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사업구조를 탈피하지 못했고 신사업, 신규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원자잿값 상승과 고금리, 주택경기 급랭 등으로 재무구조가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 영업이익 8년 만에 최저치...박 부회장, 재무구조 개선 '시급'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너3세인 박세창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금호건설의 실적 리스크가 해소될지 관심이 쏠린다.
기업 내실이 흔들리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은 2021년 1116억원에서 2022년 559억원으로 반토막으로 줄더니 올해는 예상치가 224억원으로 흑자 기조를 걱정해야할 상황에 놓였다. 연간 200억원대 영업이익은 2015년(208억원) 이후 8년 만이다.
박세창 신임 금호건설 부회장 [사진=금호건설] |
매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이익이 감소하다보니 영업을 통해 얻는 이익률이 1%대로 추락했다. 연간 영업이익률은 2021년 5.40%에서 2022년 2.73%, 올해는 1.03%가 예상된다. 매출 1조원을 기록해도 원가와 고정비를 제외하고 손에 쥐는 돈이 100억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매출 2조원 이상을 기록한 주요 건설사 중 실적 하락속도가 가장 빠르다.
건설사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20위권으로 밀려났다. 2016년 15위를 기록한 이후 20~23위를 오르내리다 작년에는 2017년 이후 5년 만에 15위에 복귀했다. 하지만 이듬해 다시 21위로 6계단 하락했다. 실적 부진과 부채비율 증가 등 수익성, 건전성이 동반 악화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아파트 미분양이 확산할 조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컨소시엄을 제외하고 단독 분양한 아파트 단지는 5곳으로, 이중 인천 '왕길역 금호어울림 에듀그린', 강원 '양양 금호어울림 더퍼스트', 울산 '문수로 금호어울림 더 퍼스트' 등 3곳에서 청약 미달했다. 대형 건설사에 밀려 지방 주택사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미분양 리스크는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미분양 보유분이 증가하면 단순 도급사업이라도 중도금, 잔금이 원활하게 유입되지 않아 사업자의 사업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수익성이 낮아지는 주된 이유다. 여기에 장기간 미분양이 소진되지 않으면 할인분양, 마케팅비용 등도 투입해야 해 주택사업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중견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높아 실적 부진으로 직결되는 경향이 강하다.
◆ 사업다각화·체질개선해야 실적 안정화 가능
오너3세인 박세창 부회장이 금호건설의 문제점을 이른 시일 내 해결할지는 미지수다.
1975년생인 박세창 부회장은 2002년 7월 아시아나항공 전략기획팀 차장으로 입사해 2005년 금호타이어 기획조정팀 부장, 이듬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담당 이사, 경영관리부문 상무 순으로 승진했다. 아시아나IDT 사장 등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으로 2021년 1월 금호건설 관리부문 사장이 됐다. 박 부회장은 금호건설 보통주 11만3770(0.31%)을 보유하고 있으며, 4일 종가 기준 6억1777만원 규모다.
3년 정도 경영수업을 받으며 직간접적으로 기업 운영에 중요한 사항을 결정했으나 기업의 체질개선은 이루지 못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사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금호건설은 국내 사업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매출액 비중은 주택·개발이 51.4%로 절반이 넘고 건축 23.9%, 토목·플랜트·환경 20.5%다. 해외사업은 3.1%를 차지한다.
이렇다 보니 당분간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주택경기 불황이 본격화하면서 사업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원자잿값과 이자비용 상승 등으로 사업에 따른 매출 원가율이 위험 수위까지 치솟았다. 작년 말 93.3%이던 매출 원가율이 올해 3분기에는 95.6%로 상승했다. 매출액과 비슷한 수준의 건설 원가가 투입되는 것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국내 주택, 건축의 매출 비중이 75% 정도인 상황에서 원가율이 업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당분간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박 부회장의 경영 방향과 리더십을 지켜봐야 하지만 업황 부진을 이겨내고 단기간에 재무 리스크를 해결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박세창 부회장은 아시아나 항공에서 경력을 쌓였는데 금호家가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며 금호건설로 이동한 상황"이라며 "지금껏 경영에 참여한 아시아나항공의 말로가 좋지 않은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