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 수칙'거부하면 '예약불가'
일반 민원은 하루 전 예약 가능
예약불가 시간 확인 안돼 '불편'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서울지역 68개 학교에서는 학생 보호자가 교사와 상담하기 위해서 일주일 전 예약해야 하는 시스템이 시행 중이다. 30일 기자가 직접 체험해 본 '학교 방문 사전예약시스템'(예약시스템)은 빠른 예약이 가능했지만, 예약일 선택 등은 보완이 필요했다.
예약시스템은 교원보호 대책 중 하나다. 서울시교육청은 29일부터 10개월간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운영 학교는 서울지역 내 공·사립 유치원 2곳, 초등학교 30곳, 중학교 22곳, 고등학교 13곳, 특수학교 1곳이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
다음 달 15일까지 홍보 및 시스템 정비 기간으로 사전 예약 없이도 이들 학교 방문이 가능하지만, 18일부터 보호자와 민원인은 예약시스템을 통해 방문해야 한다. 예약시스템을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 전화로도 예약할 수 있고, 긴급한 경우 예약시스템을 거치지 않더라도 학교에 방문할 수 있다.
예약시스템은 카카오 채널을 통해 접속해야 한다. 카카오 채널에서 학교 이름을 검색하고, 카카오톡 친구로 추가한 뒤 챗봇 시스템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예약하기 버튼을 누르면 우선 '학교 방문 출입 수칙'에 동의해야 한다. 미동의 시 학교 방문 예약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안내가 나온다.
출입 수칙은 '교육 활동 중 교사와 상담 제한', '학교 방문 시 신분 확인에 협조할 것', '허위 기재 또는 학교에 비협조 시 현장 방문 취소 가능', '방문 사유가 불명확할 경우 방문 신청 거절 가능', '예약 시간을 넘겼을 시 방문 취소될 수 있음'으로 총 5가지다.
동의 후 예약을 위해서는 방문 목적과 방문 대상, 방문 사유를 작성해야 한다. 방문 목적은 '학생상담'과 민원서류 발급 등 '일반업무'로 나뉜다.
학생상담의 경우 방문 대상으로 학년별 담임교사를 선택할 수 있다. 방문 사유는 '1학년 1반 홍길동 학생의 진로상담으로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원합니다' 등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 학교가 방문을 거절할 수 있다.
이후 방문일정을 선택하는 과정이 나온다. 일정은 이날 기준 일주일 뒤인 12월 8일~29일까지 선택이 가능했다. 시간은 30분 단위로 오후 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선택할 수 있었다.
일반업무의 경우 교장, 교감, 영양교사, 교육공무직원, 행정실장, 기타 교직원 등을 선택하게 돼 있다. 학생상담과 동일하게 방문 사유를 적어야 한다.
반면 방문일정은 이날 기준 업무시간으로 다음날인 12월 4일~29일까지 선택이 가능했다. 방문 시간도 30분 단위로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선택할 수 있어 학생상담에 비해 선택 폭이 넓었다.
학교방문 사전예약시스템 시범운영 학교 중 하나인 서울 가원중학교 방문 예약 카카오채널. [사진=서울 가원중학교 카카오채널 캡쳐] |
학교에서는 당일 오후 4시까지 보호자 및 민원인 예약을 확인하고, 그 뒤 카카오톡으로 예약 승인 알림과 방문할 수 있는 QR(큐알)코드를 발송한다. 보호자 및 민원인은 예약 일에 맞춰 학교에 방문하면 된다.
예약일정을 잡는 과정에서 불편한 지점도 있었다. 이미 예약된 시간을 선택할 경우 모든 과정이 완료된 뒤에야 취소 처리가 되기 때문이다. 이때는 다시 처음부터 모든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이미 예약이 돼 있는 날짜와 시각이 표기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보호자가 방문 가능 시점을 여러 개 선택하고, 학교 측이 선택하는 식으로 변경하는 게 어떠냐는 건의가 있었다"며 "시범운영 기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살핀 뒤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환영과 우려의 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현직 교사인 장대진 서울교사노조 수석 부위원장은 "학부모가 흥분된 상태로 무작정 학교로 찾아오기 전 한 번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시간이 생겨 교사들의 교권 보호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수능 감독관을 위협한 학부모 사건도 이 같은 시스템이 있었다면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지 않았겠냐"고 했다.
다만 장 부위원장은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교사에게 또다시 업무가 전가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교원 보호를 위해서는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누가 예약시스템과 관련한 업무를 맡느냐를 두고 의견이 갈릴 수 있어 도입을 주저하기도 했다고 한다.
당초 교육청이 100개 학교를 대상으로 예약시스템 시범 운영을 시행하려 했지만 68개교만 참여 의사를 밝힌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내에서 업무 분장과 관련한 갈등 소지가 있고, 업무 부담에 대한 우려에 따라 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파악 중"이라고 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공문을 보낸 전체 1399개교 중 4.86%만 참여했다.
교육청은 이번 시범운영을 통해 교원 보호 및 운영 성과 등 실효성을 파악한 뒤 전체 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관계자는 "벌써 '왜 내 자녀를 만나러 가는데 허락을 맡아야 하냐'는 민원이 들어왔다"며 "학교 구성원들이 원칙을 잘 지켜야 도입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