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생산설비 3대 중 2대 고장, 12월 중순 해소
외부 수소 확보했지만, 지역 충전소 이동 시간 필요
수소 공급망 안정화 필요, 생산 다각화해야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최근 현대제철의 수소 생산설비 일부가 고장나면서 중부지역에서 수소 충전 대란이 발생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급한 물량을 외부에서 사들이는 방식으로 조만간 문제는 해소될 전망이지만, 안정적 공급은 12월 중순이 되어서야 가능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수소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운영하는 수소 생산설비 3개 중 2개에 문제가 발생했다. 현대제철은 당초 2기의 생산설비를 가동하고 1기를 예비로 두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지만, 2기의 생산설비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공급에 큰 차질이 발생한 것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사진=현대제철 제공] |
현대제철이 만드는 수송용 수소는 매년 약 3500t 규모로 주로 수도권 등 중부지역에 공급한다. 이같은 현대제철의 생산 차질에 일부 중부지역 충전소에서는 수소 충전을 위해 3~4시간을 기다리는 심각한 상황까지 발생했다.
현대제철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의 수소 물량까지 사들여 공급을 재개한 상태다. 다만 유통업체인 수소에너지네트워크 관계자에 따르면 기체 형태인 수소를 이동하기 위한 튜브 트레일러 등을 갖추기 위한 시간이 필요해 현재의 수소 대란은 2~3일, 혹은 이번 주까지는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정상적으로 가동 중인 다른 수소 생산 공장에서 나오는 여유 물량을 중부 지역 충전소에 공급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품 공급 등의 문제로 인해 현대제철은 12월 중순이 돼야 정상적으로 수소 생산설비를 정상 가동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수소 공급의 안정성은 다소 떨어질 전망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수소 공급사 한 곳의 생산 차질로 국가의 수소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는 취약점이 드러난 것으로 평가했다. 현재 당진과 울산, 여수·삼척·평택 등에서만 생산하고 있는 수소 생산 체계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소경제 종합정보포털 사이트에 따르면 국내 수소 차량은 2018년 893대에서 올해 10월까지 3만3796대로 약 38배 늘어난 것에 비해 전국의 수소충전소는 13곳에서 255곳으로 약 20배 늘어나는 데 그친 점도 대란을 부추겼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문제는 이번 정부 들어 수소를 상용차 위주로 바꿨는데 수소 생산 시설은 많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며 "정부가 앞으로 수소 생산 방법과 시설을 다각화하고 이같이 비상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 방법을 만들지 않으면 수소차가 사실상 운행 중단되는 일이 또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에 아직은 수익이 되지 않는 수소 생산 시설을 다각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절한 지원책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도 수소로 돈을 벌지는 못한다"며 "수소 생산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정부 지원금 등 보전책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대안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dedanhi@newspim.com